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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서재에 살다
2015년 역사 분야 37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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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담고 사람을 닮은 조선 지식인의 서재"
    서재를 보면 사람을 알 수 있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과 이리저리 흩어진 책을 보면 그의 생활을 짐작할 수 있고, 주제나 분야에 따라 구성된 서가를 보면 생각의 구성을, 오랜 책부터 최근 책까지 모습을 보면 생각의 흐름을 찾아볼 수도 있다. 특히 지식인의 경우에는 서재가 곧 그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조선 지식인은 서재 이름을 자신의 별호로 자주 썼다. 19세기 대표 지식인이라 할 담헌, 연암, 여유당, 완당은 각각 홍대용, 박지원, 정약용, 김정희의 별호이자 서재 이름이다.

    이들은 자기 삶의 지향과 세계관을 서재 이름에 깊이 새겼는데, 다산이 노자의 말 “여(與)가 겨울에 시내를 건너는 것처럼 하고, 유(猶)가 사방에서 엿보는 것을 두려워하듯 하라.”에서 ‘여’와 ‘유’를 따와 서재 이름을 ‘여유당’이라 지은 까닭은, 사상 문제로 긴 세월을 유배지에서 보낸 그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학자로서의 삶의 태도를 다짐했기 때문이다. 이름만 그럴 듯했던 건 아니다. 책으로 지식이 전해지던 당시, 이들의 서재에서는 19세기 문화가 쉴 새 없이 읽히고 쌓이고 움직였다. 그렇게 꿈틀대던 지식이 때를 만나 뜻을 펼치니, 북학파라 불리는 새로운 지식 지형이 솟아나기도 했다. 서재에는 책이, 지식이, 사람이, 그리하여 세상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책과 서재를 대하던 조선 지식인의 모습에 흠뻑 취했다가 고개를 돌려 내 서재를 둘러보니, 서재에 산다는 것만으로 무엇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아무래도 서재 이름부터 지어야겠다. 별호와 함께.
    - 인문 MD 박태근 (201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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