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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의 말
나를 혁명가로 만들지 마라 총각! 파리 갈래? 도쿄에서의 1박 2일 국경에 대한 상상력 파리에서 방 구하기 눈물의 첫 외식 개똥 천국 파리가 이상하다 어학원에서 만난 일본 친구들 내 이름은 달입니다 파리에서… 엉엉 울다
내 안으로 들어온 파리 루브르의 두 얼굴 우리에겐 왜 팡테옹이 없는가? 우리의 아지트 따바(Tabac) 고독한 파리지엔 크리스티나 아틀리에에서 인생을 배우다 나의 친구 헤나토 예술과 지성의 거리 생제르맹데프레 문화 해방구 마레 지구 피카소에게 시비 걸기
축! 불법 체류자의 탄생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봉주르 영자! 파리에서의 가족 파티 불법 체류자 월드컵에 가다 페이스 페인팅 이벤트 한국 대 프랑스 따바에서의 응원 대결 네덜란드의 고졸 친구들
우리도 파리지엔처럼 우리들의 놀이터 뤽상부르 내가 에펠탑을 싫어하는 이유 무임승차로 파리 즐기기 방브 중고 책 시장 골목길 오늘과 어제의 대화 쇼핑 천국 파리의 이면 레게 머리를 하다 당신들의 사랑만 사랑인가?
나는 혁명에 성공했을까? 파리 부촌의 다락방 내가 사랑한 두 개의 미술관 프랑스에서 본 한국 예술의 현실 이별의 서곡 몸살 덤벼라 세상아! 2009 그리고 슬픈 두 죽음의 데자뷰
에필로그 부록- 책 속의 여행 정보 Moon과 Lee가 추천하는 파리의 명소들
소설처럼 극적이다. 단지 소설이 아닐 뿐이다.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는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하던 미대생 커플이 단기 월세방을 전전하며 파리에서 관절염 같은 청춘을 보낸 가슴 아픈 기록이다. 그들은 파리에서 무엇을 했을까? 스펙을 기준으로 본다면 거의 한 게 없다. 아틀리에에 다니며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고 미술관을 헤집고 다녔다. 에펠탑이 보이는 다락방에서 책을 읽었고 프랑스.일본.이집트.네덜란드의 청춘들과 파리와 예술과 삶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밤에는 선술집 따바(tabac)에서 파리지엔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난 후 자발적 불법 체류자가 되었다. 이 책은 아픈 청춘의 기록이지만 유머와 신세대 특유의 발랄한 감성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슬픈데 재미있고 긴장감이 흐르는데 유쾌하다. 특히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겪어야 했던 사건들이 때로는 전면에 때로는 배경처럼 등장하고 있어서 영화나 소설처럼 극적으로 읽힌다. 단지 영화나 소설이 아닐 뿐이다.
88만원 세대의 자발적 파리 불법 체류기 슬픈 그러나 유쾌하고 발랄한 청춘의 언어들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는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가졌으나 어처구니없게도 해방 이후 가장 높은 사회 진입 장벽에 가로막힌 88만원 세대가 슬픔이 구석구석 스며든 그러나 유쾌하고 발랄한 청춘의 언어로 풀어낸 240일 동안의 자발적 파리 불법 체류기이다. 2000년대 후반의 어느 늦겨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던 청춘 남녀는 인생의 모든 서정을 쏙 빼버리고 그들 세대를 단돈 ‘88만원’으로 치환해버리는 대한민국을 뒤로하고 파리로 떠났다. 그들이 가진 것이라곤 관용과 예술의 도시에 대한 로망 ‘나의 그림’을 향한 의지 그리고 6개월 동안 최저 임금을 받으며 밤낮으로 아르바이트하여 모은 피 같은 돈이 전부였다. 이 책의 사진을 찍고 부록 원고를 쓴 이다혜는 일찍부터 파리 유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입학 허가서도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집안 사정으로 파리 유학의 꿈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녀에게 관절염 같은 사춘기가 다시 한 번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녀는 유학은 물 건너갔으나 그래도 꼭 파리에 가고 싶었다. 큰 목적이나 간절한 소망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어쭈? 파리 네가 뭔데?’ 뭐 이런 식의 복수 드라마였다. 어느 날 이다혜는 문신기에게 말했다. "우리 파리 갈래?" "뭐? 파리? 프랑스?" "응!" 문신기는 별 고민 없이 간결하게 대답했다. "그래. 가지 뭐."
여행의 기준을 바꾼 ‘대안 여행’ 에세이 신자유주의 시대 청춘의 여행은 무엇이 다른가? 파리로 떠났지만 그들의 ‘떠남’은 사실은 유학도 어학연수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을 했을까? 이 책의 본문을 쓰고 일러스트를 그린 문신기의 고백대로 스펙을 기준으로 본다면 거의 한 것이 없다. 무작정 등록했던 어학원은 한 달 만에 그만두었다. 대신 그 돈으로 아틀리에에 다니며 치열하게 그림을 그렸고 물 만난 고기처럼 미술관을 헤집고 다녔다. 에펠탑이 보이는 다락방에서 책을 읽었고 프랑스·일본·이집트·네덜란드·인도의 청춘들과 파리와 예술과 삶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그리고 밤에는 선술집 따바(tabac)에서 파리지엔들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그렇게 3개월을 보내고 난 후 자발적 불법 체류자가 되었다. 그들은 8개월 동안 단기 월세 다락방을 전전하며 여섯 번이나 이사를 했다. 그만큼 생활이 힘들고 고단했지만 지은이는 파리에서의 240일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마음껏 그림을 그렸고 치열하게 사유했으며 꿈과 의지대로 살고자 열정적으로 ‘자기 혁명’을 했으므로. 그리고 프랑스와 파리의 내면을 볼 수 있었으므로. 두 젊은이의 파리 체류는 ‘다른’ 여행이었고 ‘대안’ 여행이었다. 그들은 여행자였지만 관광객이 되는 것은 끝끝내 거부했다. 대신 두 젊은이는 있는 힘을 다해 파리에 스며들었다. 그러자 파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자유가 넘치는 소르본과 에콜 드 보자르에서 질투를 느끼고 파리지앵과 어울리며 관용과 존중의 미덕을 배웠다. 루브르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위대함과 약탈의 욕망을 동시에 보았다. 사회와 소통하는 예술가를 보았고 사람을 중심에 놓는 교육과 복지를 보았다. 그들은 프랑스의 어둠도 보았다. 평등과 박애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그들만의 리그’를 살아가는 상류 사회의 허위의식을 보았고 개인주의가 낳은 파리지앵의 고독도 아주 가까이에서 경험했다. 해결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인종 갈등과 후진국 노동자의 희생 위에서 피어난 패션 산업의 야만성도 똑똑히 지켜보았다.
관절염 같은 그러나 거침없는 청춘의 기록 소설처럼 극적이다. 단지 소설이 아닐 뿐이다.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는 관절염 같은 청춘을 보낸 두 젊은이의 아픈 기록이다. 그러나 번뜩이는 유머와 신세대 특유의 발랄한 감성이 곳곳에서 튀어나와 전혀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다. 슬픈데 재미있고 긴장감이 흐르는데 유쾌하다. 게다가 240일 동안 경험한 여러 사건과 에피소드들이 때로는 전면에 때로는 배경처럼 등장하고 있어서 영화나 소설처럼 극적으로 읽힌다. 특히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겪어야 했던 몇몇 사건들 이를테면 독일 국경을 넘다가 검문을 당하는 장면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심하게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는 장면은 극적인 긴장감이 영화나 소설에 뒤지지 않는다. 또 단골 선술집에서 파리에 거주하는 이모 친구를 우연히 만나 눈물 콧물 쏟으며 감격해 하는 장면은 드라마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소설적 용어를 빌어 말하면 이 책의 두 저자는 88만원 세대의 ‘문제적 개인’이다. 60년대도 그랬고 80년대에도 그랬듯이 청춘을 가장 치열하고 고독하게 만든 건 이데올로기였다. [광장]의 이명준이 유토피아를 찾아 방황하다 죽음을 선택하고 [숲 속의 방](강석경)의 주인공 소양이 진실을 찾아 헤매다가 자신의 피로 그린 붉은 지도 위에서 쓰러져 죽어야 했던 이유를 그들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청춘들도 고독과 절망의 멱살 잡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음을 젊음의 언어로 말해주고 있다. 청춘의 문을 통과하지 않고 어른이 되는 사람은 없다. [그들은 왜 파리로 갔을까]는 청춘을 뜨겁게 보낸 이라면 혹은 청춘을 치열하게 보내고 있는 젊은이라면 가슴 저리며 읽기에 부족함이 없는 푸른 날의 서사이다. 문신기와 이다혜는 책을 내며 이렇게 외친다. 덤벼라! 세상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