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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네엔 같은 번호면서 최종 목적지가 다른 두 대의 버스가 동시에 운행 중이다. 탑승 시마다 목적지가 적힌 표지판을 눈으로 확인하는데도 왠지 잘못 본 것 같아 불안해진다. 물었다가 버스기사로부터 냉대를 받은 다른 승객들을 보니 묻고 싶어도 참게 된다. 버스기사와 승객 사이에서 날 선 말들이 오고 가는 장면을 목도할 때면 화를 낼 일도, 싸울 일도 아닌데 왜 그럴까, 하고 생각한다.
책의 저자는 20년 가까이 가구점을 운영하다 그만두고, 고향 전주로 내려가 시내버스에 입사한다. 올해로 5년 차 버스기사. '그냥 버스기사'의 글인가 싶겠지만, 몇 장만 읽어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하루 열여덟 시간 운전대를 잡는 버스기사의 녹록지 않은 삶의 무게, 버스기사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버스기사의 시선으로 바라본 승객에 관한 이야기들... 짧지만 단단한 문장으로, 때로는 해학까지 더해져 펼쳐진다. 버스기사의 언어로 가득한 이 책을 읽고 나면 고된 노동의 시간에서 버티고 버텨내는 버스기사의 삶에 대해 조금은 이해하게 된다. 이제는 내릴 때,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