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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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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 별의 길 - 산티아고 영적 순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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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상하는 법을 알려 주는 길잡이

    이 책은 2009년 7월부터 40여 일간 루르드에서 피니스테레까지의 여정을 담은 산티아고 영적 순례기다. 저자인 이석균 신부는 2007년 이라크에서 군종 사제로 있었을 당시 산티아고 길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그곳 생활의 고충을 겪으면서 걷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길 위에 나서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산티아고 길을 묘사하고 체험담을 담은 기존의 산티아고 순례 기행문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과거 경험 다양한 산티아고 신화와 전설 역사 이야기 등을 들려준다.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저자의 여정에 함께하며 산티아고 길의 풍경에 더해진 다양한 전설 역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사제가 순례길을 걸으며 느낀 다양한 생각과 묵상 자기 성찰을 통해 묵상이란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체득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하루하루 일상에 바쁜 독자들에게 자신의 과거를 묵상하고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는 시간을 선사해 줄 것이다.

    산티아고 길 위의 대서사시!

    저자는 자신의 생각과 느낌 다양한 신화와 역사 이야기 등을 마치 시를 쓰듯 표현하였다. 이러한 글의 특징을 살려 책의 편집 또한 여백의 미를 강조하였기 때문에 이 책을 보는 독자들은 마치 한 권의 시집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는 추천의 글에서 이 책을 ‘하나의 대서사시’라 표현하였다.

    제가 이석균 사도 요한 신부를 만난 건 오래전입니다.
    1992년입니다.
    저도 지난 학기 막 신학교에 들어온 신출내기 교수 신부였고
    이석균 신부는 그해 입학한 신학생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 반의 담임이었습니다.
    (중략)
    세월이 흘러 흘러 보좌 시절 군종 사제로 살고
    제대한 후 불현듯 도보 성지 순례를 다녀왔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 도보 여정에서 일어났던 일들과 생각들을 기록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소상하고 감동적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모두 기억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가 주변 사물을 바라보는 관찰력과
    주변 사람들과 주고받은 압축된 대화들.
    하나의 대서사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추천의 글 - 하느님을 향한 큰마음 한심이' 중에서/ p.5)

    ‘상징과 은유’로 어우러진 영적 순례기

    이 책에는 저자의 과거와 현재가 저자만의 ‘상징과 은유’의 표현으로 녹아 있다. 저자는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자신의 지난 과거를 떠올리고 그 과거를 통해 현재의 자신을 묵상과 성찰이라는 길로 이끈다. 이러한 과거의 경험과 산티아고 길에서의 경험이 저자만의 표현으로 어우러져 독특한 문체가 탄생하였다. 이러한 독특한 표현은 독자들이 아직 가 보지 않은 산티아고 길을 상상하거나 혹은 자신의 삶을 한층 더 깊게 묵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허기진 하루였다.
    매일같이 떠오르는 태양은 이제 그만 떠나고 싶은 욕망.
    메마른 기침이 돌아오는 굴다리.
    물비린내 진동하는 둑길.
    까만 숨이 턱에 찰 때까지 뛰어다녀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끝없이 새어 나가는 것은 속 깊은 허무.
    바다와 강이 만난 하늘.
    노란 손을 흔드는 어린이집 병아리.
    깃털처럼 가볍게 날아가는 물오리.
    그런데도 서럽게 아름다운 하늘.
    그리고 사람 그리고 길.

    사랑하기엔 너무나 짧고
    영원을 기다리기엔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정화의 길 - 눈먼 이의 왕관' 중에서/ p.157)

    새벽에 깨어났다.
    마당에 나가 밤하늘을 보았다.
    총총히 빛나는 별들이 세상을 뒤덮고 있었다.
    별은 밤길을 인도하는 등불이다.
    오래전 순례자들은 은하수를 따라 밤길을 걸었다.
    하얗게 반짝이는 무수한 별의 길.
    저마다 하늘에 자신만의 별이 있다면
    아마도 저 별들은 이 길을 걸었던 영혼일 것이다.
    바람이 차다.
    해가 뜨면 별은 사라질 것이다.
    별도 사라지고 바람도 사라지고 순례자도 사라질 것이다.
    모든 것은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조명의 길 - 기사와 소녀' 중에서/ p.275)

    1996년 1월 이집트 시나이.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아직 어둠 속에 있는 흙과 자갈을 밟으며 산을 올랐다.
    검푸른 하늘 속에 별은 빛났다.
    낙타를 동반한 사람과 담배를 피우는 가이드.
    서로 이름을 소리쳐 부르는 관광객을 뒤로하며 걸었다.
    (중략)
    어느덧 해 뜨는 시간이 다가왔다.
    텐트를 벗어나 정상에 올랐다.
    자리를 잡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한국인 순례객이었다.
    홀로 조용한 시간에 머무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주목받았다.
    버스로만 움직이던 어른들에게 고향의 젊은이는 눈에 띄는 존재였다.
    중년의 개신교 목사가 호감을 표시했다.
    그는 내게 종교를 물었다.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만나지 않을 사람이기에 오히려 편안하게 느꼈던 것일까.
    그는 내가 맘에 들었는지 소중한 비밀 하나를 살짝 폭로했다.
    “여기 사람들은 볼펜 한 자루면 돼요.”
    (중략)
    나는 일상을 되찾은 산 위에 홀로 남았다.
    모든 것이 번거롭게 느껴졌다.
    모세의 빛도 엘리야의 바람도 카잔차키스의 열망도 없었다.
    호렙. 시나이.
    어쩌면 마음속으로만 남겨 두어야 했던 신비의 이름이었다.
    태양은 성큼 멀어져 갔고 하늘은 무표정하게 굳어져 갔다.
    나는 홀로 중얼거리는 걸인처럼 몹쓸 자의식에 시달렸다.

    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일치의 길 - 붉은 산' 중에서/ pp.34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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