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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을 운영하며 평생 문학을 사랑해온 피키에 할아버지. 파킨슨병과 녹내장으로 책을 펼칠 수 없게 되자, 3만권의 장서 중 가장 아끼는 3천권과 함께 노인요양원으로 들어왔다. 온통 책으로 뒤덮인 그의 방을 보고 요양원 신입직원 그레구아르는 큰 충격을 받는다. 책과 담을 쌓고 살아온 그에게 피키에의 책 사랑은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단지 힘든 주방 일을 피하기 위해 매주 한 시간씩 할아버지에게 책을 읽어주기로 한 그레구아르. 그 첫 번째 책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이 소년은 바로 나다. (…) 타인의 삶을 그렇게 체화해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미래에 직면하게 될 때의 그 불안. 홀든의 두려움은 바로 나의 두려움이 된다."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서 그레구아르는 새로운 충격에 휩싸인다. 학교와 시험에 적응하지 못했고, 나무를 좋아했지만 나무와 상관 없는 일을 하는 자신과 소설 속 홀든의 삶이 겹쳐져 그의 공허감을 그대로 공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낭독회'에 대한 소문이 퍼지자 책을 읽어달라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우울했던 요양원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져 간다.
실제 프랑스 전역을 돌며 책을 낭독하는 일을 하는 작가 마르크 로제의 경험이 스민 소설이다. 나이, 성격, 관심사... 어떤 공통점도 없었던 두 사람이 책을 통해 가까워지고 가장 깊은 속내를 나누게 되기까지.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낯선 사람들을 이어주기도 하는 '책 읽기'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