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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안희연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의 문을 열어보는 쪽으로 나의 시가 움직였으면 좋겠다"(<빚진 마음의 문장>,《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현대문학, 2019)라고 고백했었다. 이번에는 '단어 생활자' 안희연으로서, 단어와 함께 유영하는 산문 세계의 문을 활짝 열어 보인다.
안희연은 작은 소망들이나 단어들을 채집하여 노트에 기록해둔다. 적산온도, 휘도, 블라이기센, 모루, 가시손, 탕종 등 책에서, 영화에서, 뉴스와 일기예보에서 채집한 단어들을 오래도록 살핀다. 살피는 과정은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하는 시간이기도 하고, 때로는 엄마의 입장, 때로는 도마뱀이나 사과의 입장까지 되어보며 세계를 확장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과, 일상에 스며든 모든 것에 예의를 다하는 그의 말에 귀 기울이다 보면 선한 곳, 지금보다는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