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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부처를 만난 고구려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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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라도 잡아먹겠다
    사무를 찾아라
    길을 떠나다
    수상한 소년
    무령골
    혼무덤의 혼돌
    사무가 위험하다
    왕도로 가는 길
    매가 전한 소식
    해달비를 구하라
    왕이란?
    자비를 배우다
    고구려를 위한 길
    눈이 내리다
    동화로 역사 읽기_불교는 맨 처음 어떻게 들어왔을까?

    강력한 고구려를 꿈꾸며 불교를 받아들인
    소수림왕 시대를 되살려 내다!


    나라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면서 지독한 가뭄이 계속되자
    굶주린 백성들이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태왕의 명으로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사무를 찾아간 왕자 이련은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가뭄을 끝낼 진혼굿을 올리는 사무를 보며
    부처의 가르침만이 옳다는 믿음이 흔들린다.

    고구려 사회에 불교가 뿌리내리는 과정을
    왕자 이련의 눈으로 들여다보다


    그동안 [서찰을 전하는 아이] [첩자가 된 아이] [서라벌의 꿈] 등 한 줄의 역사 기록 속에 숨어 있는 흥미진진한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 '푸른숲 역사 동화'에서 고구려 역사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나왔다. 바로 [어느 날 신이 내게 왔다] [바리공주] 등으로 필력을 인정받은 백승남 작가의 [부처를 만난 고구려 왕자]이다. 이 작품은 소수림왕이 불교를 받아들인 이듬해 373년을 배경으로 불교가 고구려 사회에 뿌리내리는 과정을 소수림왕의 동생이자 뒷날 고국양왕이 된 왕자 이련의 눈으로 그려 낸다.
    고구려는 천신을 비롯해 해 달 별 등 자연을 신처럼 믿었던 나라이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자연 현상에 담긴 하늘의 뜻을 해석해 임금에게 직접 알리는 사무(師巫)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백제와의 전투에서 크게 패하고 고국원왕이 전사하면서 왕위에 오른 소수림왕은 나라에 불어 닥친 위기를 토착 신앙이 아닌 불교라는 새로운 사상과 믿음을 통해 헤쳐 나가려 한다. 당시 불교에는 '왕이 곧 부처'라는 생각이 담겨 있었기 때문에 불교의 힘을 빌려 왕권을 강화해 나라를 튼튼하게 세우고자 한 것이다.
    이 책은 왕자 이련이 태왕의 명으로 극심한 가뭄을 해결하기 위해 사무를 찾아 떠난 모험을 통해 불교가 들어오면서 고구려 사회가 겪는 갈등과 변화를 생생하게 되살려 낸다. 특히 고구려의 왕자로서 태왕의 뜻을 받들어 부처의 가르침을 배운 이련과 고구려의 사무였던 할아버지처럼 무관(무당)이 되고자 하는 마로 등 서로 다른 입장을 지닌 두 소년을 통해 불교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서로 다른 시각을 보여 줌으로써 역사를 한층 더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불교를 마찰 없이 받아들인 고구려 사람들의 변화와 포용 정신

    왕자 이련에게 불교는 나라의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한 태왕의 결정으로 반드시 따라야 할 길이지만 마로를 비롯한 대부분의 백성들에게 외국에서 건너온 낯선 가르침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불교는 이런 시각 차이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작가는 이련의 열린 시선을 통해 갈등의 실마리를 풀어낸다. 이련은 사무를 찾아 무령골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무의 손자 마로를 만난다. 처음에 이련은 생각이 다른 마로와 사사건건 부딪치지만 마로와 함께 지내면서 오랫동안 고구려를 지켜온 토착 신앙의 힘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고통받는 백성을 위해 가뭄을 끝내려 애쓰는 사무를 보며 부처의 가르침만이 옳다고 믿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이련은 마로와 사무의 믿음도 소중하게 지켜야 할 고구려의 길이라고 믿고 마로가 할아버지처럼 무관이 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처럼 이 책은 이련과 마로가 서서히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통해 불교를 받아들일 때 토착 신앙을 배척하기보다는 끌어안음으로써 큰 마찰이 없었던 고구려 사회의 모습을 준다. 또한 백제나 신라와는 달리 고구려가 가장 먼저 불교를 받아들이고 강력한 중앙 집권 나라로 발돋움했던 것은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받아들이되 고유의 것도 소중히 여길 줄 알았던 고구려 사람들의 변화와 포용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었음을 들려준다.

    궁 밖으로 모험을 떠난 고구려 왕자 이련의 성장담

    이 책의 주인공 이련은 뒷날 고국양왕이 된다. 고구려 하면 우리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광개토대왕의 아버지이자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소수림왕의 동생이다. 역사적 기록이 많지 않아 생소한 왕이긴 하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맞물려 짱짱한 성장담으로 거듭났다.
    소수림왕 즉 태왕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마음을 못 잡는 왕자 이련에게 궁에서 사라진 사무를 찾아오라는 비밀 임무를 내린다. 귀족들에게 늘 철없는 아이 취급을 받아 온 이련은 이번 임무를 잘 마치면 태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길을 나선다. 하지만 궁 밖의 세상은 그리 만만치가 않다. 이련은 도적들에게 붙잡혀 죽을 뻔한 위기를 사무의 손자 마로의 도움으로 겨우 넘기고 사무가 은신하는 무령골에 가게 된다.
    이련은 무령골에서도 내내 자신에게 퉁명스러운 마로와 왕자라는 신분을 밝혔음에도 말을 높이기는커녕 자신의 말에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는 말갈족 소녀 해달비 때문에 불편하기만 하다. 하지만 왕자라고 굽실거리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두 아이를 통해 잦은 전쟁과 오랜 가뭄으로 사람을 잡아먹기까지 하는 백성들의 참혹한 삶에 눈뜬다. 또한 불교를 앞장서 퍼뜨리는 고추가에게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가뭄을 끝내려 애쓰는 사무를 보면서 자신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그러면서 이련은 사무와 마로를 지키기 위한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다. 처음에는 태왕의 명령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어느새 이련은 스스로 선택한 모험을 하게 된다.
    비록 이련은 사무의 죽음으로 태왕이 내린 임무를 완수하진 못하지만 다시 왕도로 돌아왔을 때 백성들 하나하나를 생각하는 어질고 믿음직스러운 왕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낸다.
    이처럼 작가는 철없고 나약했던 왕자 이련이 궁 밖의 세상을 경험하면서 장차 고구려를 이끌어 갈 태왕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 낸다. 이련이 자신이 갇혀 있던 틀을 깨뜨리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리라 믿는다.

    본문 소개
    사무를 찾아라
    왕자 이련은 아침부터 태왕에게 끌려가 잔소를 듣는다. 태왕의 지겨운 잔소리를 어떻게 벗어날지를 궁리하는데 태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꺼낸다. 오랜 가뭄을 끝낼 수 있도록 궁에서 사라진 사무를 비밀리에 찾아오라는 것이다. 이련은 그런 중요한 임무를 왜 자신에게 맡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련은 어떻게든 발뺌을 빼고 싶었지만 결국 호위무사 아달구와 함께 사무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사무의 딸 무덤이 있는 흑구 마을에서 사무를 찾아다니는 고추가의 사병들을 보게 된다. 고추가는 왜 사무를 찾는 걸까? 이련은 자신을 늘 못마땅하게 여기는 고추가보다 먼저 사무를 찾기로 결심한다.

    지난달 이련을 태자로 책봉하자는 말이 나왔을 때 귀족들 대부분이 반대했다. 장차 나라를 다스릴 태자는 용맹스럽고 지혜롭고 너그러운 사람이어야 한다. 이련 왕자는 아직 어리니 왕재의 자질을 보일 때까지 태자로 삼는 건 미루자. 아기 없는 왕후에게서 왕자가 태어날지도 모르니 좀 더 기다려 보자....... 한마디로 이련은 태자가 되기엔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반대에 앞장선 사람이 바로 고추가였다.
    이련은 자기가 태자가 되면 고추가가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했다. 반드시 태자가 되어 본때를 보여 주고 싶어졌다. 자질이 부족하다 했던 고추가와 귀족들 코를 납작하게 해 주리라. 이련은 마음을 고쳐먹었다. 이 일을 훌륭하게 해내리라고. (26~27쪽)

    무령골
    이련은 다친 아달구와 헤어지고 흑구 마을에서 본 할아버지가 무관이라는 수상한 소년을 마로를 따라 무령골에 간다. 자신에게 퉁명스러운 마로와 자신이 왕자라는 사실을 밝혔음에도 말을 높이지 않는 말갈족 소녀 해달비 때문에 이련은 내내 겉도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신분을 갈랐겠냐며 따져 묻는 해달비의 말이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이련은 왕궁에 살 때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이봐 왕자님! 왕자라고 거들먹거리지 말라고!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신분을 갈랐겠니? 왕족이니 평민이니 다 사람이 정한 거잖아?"
    해달비는 이련이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휙 돌아서 갔다. 마로가 이련을 힐끗 보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그 뒤를 따랐다. 이련은 못 박힌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사사건건 걸고넘어지는 해달비가 거슬렸다. 신분을 알렸는데도 말을 높이지 않는 것부터 그랬다. 하지만 그 애가 하는 말마다 가슴을 콕콕 찔렀다.
    왕손은 태어날 때부터 귀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태어날 때부터 하늘이 신분을 갈랐겠냐고? 그런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이련 안에서 무언가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련은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채 돌아섰다. (71~72쪽)

    사무가 위험하다!
    이련은 마로의 할아버지가 사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마로는 할아버지가 여귀들을 돌려보내려고 진혼굿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여귀를 돌려보내야 비로소 가뭄이 끝날 거라 한다. 그런데 누군가 자객을 보내 사무를 죽이려 한다. 이련은 사무에게 하루빨리 왕도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하지만 사무는 가뭄을 끝내기 위해서는 이곳에 남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련은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홀로 가뭄을 끝내려 애쓰는 사무를 보며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한다. 결국 이련은 사무를 왕도로 데려가지 않기로 결심한다. 대신 왕도로 돌아가 사무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도록 태왕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로 한다.

    "그래서 큰 굿을 준비하신다면서요? 태왕께서도 가뭄을 물리치고 백성들 마음을 달래려고 사무를 찾으시는 거예요. 저와 함께 가세요."
    "가뭄을 끝내기 위해서라면 더욱 내가 여기 있어야지요."
    "굿은 왕도에 가서 하셔도 되잖아요. 신궁의 다른 무관들과 힘을 합쳐도 되고요. 나라굿을 하자고 태왕께 말씀드릴 수도 있고요."
    "그게 될 거라고 보십니까?"
    마로 할아버지가 이련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이련은 그 눈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련도 자신할 수 없었다. 왕도에는 스님이 있고 형님은 백성들에게 불교를 믿으라고 했다. 아무래도 나라굿은 힘들 것이다. (81~82쪽)

    고구려 왕자 이련의 결정
    이련은 마로와 함께 왕도로 향한다. 아달구도 다시 만난다. 그런데 해달비 마을을 거란족이 습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마로는 해달비를 구하기 위해 혼자라서도 가겠다 한다. 이련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태왕은 이제나저제나 사무를 기다리고 있다. 하루빨리 가서 태왕에게 고추가한테서 사무를 지켜 달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마로가 위험을 무릅쓰고 친구를 구하러 가려고 한다. 사무의 손자를 혼자 보내는 것은 고구려 왕자답지 못한 일이다. 이련은 위험을 무릅쓰고 마로와 함께 말갈족을 구하러 간다. 사무를 찾는 여행은 태왕의 명령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부터는 이련 스스로 선택한 여행이 될 것이다.

    이련이 목소리를 높이자 아달구가 움찔 입을 다물었다. 또 성질이라도 부릴까 봐 조심하려는 눈치였다. 이련은 차분하게 말하려고 애쓰면서 자신이 내린 결정을 설명했다.
    "내 말 들어 봐. 나는 태왕께 사무를 지켜 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어. 근데 지금 사무의 손자가 혼자 위험 속으로 뛰어들려고 해. 그럼 도와야 해? 모른 척해야 해?"
    "하지만 왕자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시면......."
    "거란이 고구려의 변경을 약탈하고 백성들을 자기네 땅으로 끌고 가고 있어. 내가 군사를 보내 막을 수는 없어. 그런데 내 동생이 마침 멀지 않은 데 있어. 동생이 가서 백성들을 구하려고 노력한다면? 아달구라면 그 동생을 야단만 칠 거야?"
    이련이 차근차근 따져 묻자 아달구의 눈이 점점 더 커졌다. 이련의 말에도 점점 더 힘이 실렸다.
    "부처님은 목숨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라고 해. 형님은 부처의 말씀을 나라 안에 퍼뜨리려고 해. 부처님 말씀처럼 사람을 구하는 건 옳은 일이야 아니야?"
    이련의 말에 마로마저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달구가 감탄하며 물었다.
    "왕자님 어쩌다 이리 달라지셨대요? 지난 며칠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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