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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아무도 아닌 (리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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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웃는 남자
    복경

    이전에 출간되었던 작가의 책이 그러하듯 [아무도 아닌] 또한 가급적 작품으로만 남으려는 작가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는 만듦새를 하고 있다. 책날개에는 출생년도와 수상 이력 이제까지 펴낸 책 등으로 요약되는 작가의 약력이 아니라 그저 이름 석 자만이 적혀 있으며 작품들의 의미를 분석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 해설 또한 실려 있지 않다. 표지 뒷면은 으레 그렇게 하는 것처럼 작가나 작품에 대한 수식들이나 추천사 대신 본문 중에서 발췌된 문장들로 채워져 있을 뿐이다.
    이러한 만듦새는 “아무도 아닌”이라는 책의 제목을 더욱 명징하게 만들면서 그 의미를 계속해서 헤아려보도록 이끈다. 틀림없이 여러 방향으로 열려 있는 말일 테지만 어떤 의미로는 결코 열리지 않을 것이다. 책의 앞쪽에는 작가의 말로도 혹은 제사로도 읽힐 수 있는 단 한 줄의 문장(“아무도 아닌 을 사람들은 자꾸 아무것도 아닌 으로 읽는다”(5쪽))이 적혀 있는데 이는 어떤 특정한 의미로 이 말이 연결되는 것을 차단하는 듯하다. 예컨대 흔히 사용되는 것처럼 그 사람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라는 뜻 보잘것없으니 무시해도 좋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뜻과는 닿지 않을 것이다. 이에 힘입어 “아무도 아닌”의 의미를 한정해보자면 말 그대로 무(無) 즉 존재의 확정을 부정하는 뜻에서 혹은 행위의 주체가 없다는 뜻에서 ‘아무도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니까 희미해져야만 오히려 또렷해지는 듯이 보이는 “아무도 아닌”이라는 말의 의미를 좀더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 [명실]을 살펴보자. 이 작품의 발표 당시 제목은 “아무도 아닌 명실”로 소설집의 제목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명실’은 생전 단 한 권의 책도 낸 적 없는 작가인 ‘실리’를 추억하며 그녀가 남긴 수만 권의 책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러나 그중 어느 것도 펼쳐보지는 않은 채로 말이다. 스무 살도 되기 전부터 결핵에 걸려 폐가 좋지 않았던 실리는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떴다. 명실은 실리에 대해 듣고 읽어온 이야기들을 기록해보려고 하지만 그것들은 파편들로서만 존재할 뿐이다. 무엇보다 그녀는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할머니 라고 부르는 상인의 음성에 깜짝 놀라며 그것이 자신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을 정도로 늙어 있다. 또한 누군가 조금 전까지 앉아 있다가 일어서 나간 것처럼 모로 살짝 틀어진 의자를 보며 거기에 앉아 있던 존재가 바로 자신이었음을 알지만 이를 낯설게 느낄 정도로 늙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사용한 지 오래되어 굳어버린 실리의 만년필을 찾아 펜촉을 따뜻한 물속에 담가두고 이제는 정말 쓸 준비를 한다. 잠시 내려놓아 섬뜩하도록 차가워진 만년필을 다시 손에 쥐고 체온과 같아져 이물감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무언가를 쓰고자 한다. 쓰려고 마음먹은 시간 사이로 언젠가 실리가 들려주었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의 이야기 실리와 밤배 위에서 본 집어등의 불빛들 실리의 죽음과 곧 명실 자신도 죽는다는 사실 등과 같은 상념들이 끼어들지만 그녀는 마침내 쓴다.

    그게 필요했다. 모든 것이 사라져가는 이때. 어둠을 수평선으로 나누는 불빛 같은 것 저기 그게 있다는 지표 같은 것이.
    그 아름다운 것이 필요했다.
    그녀는 노트에 만년필을 대고 잉크가 흐르기를 기다렸다. 제목을 적고 쉼표를 그리고 이름을 적었다.
    ([명실] 중에서/ pp.110~111)

    아무도 아닌 존재 그러한 명실이 쓰는 것. 그것은 아마도 황정은이 써왔고 또 쓰고자 하는 것일 테다. 인간이라는 작은 존재 그리고 망할 듯 망하지 않는 압도적으로 폭력적인 이 세계. 결코 떨쳐낼 수 없는 그 절대적인 조건을 가지고서 황정은은 쓴다. ‘오제’와 함께 시골에 내려가 고추를 따고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이야기 [上行] 지하에 있는 서점에서 일하던 ‘나’가 실종된 소녀의 목격담을 고백하는 이야기 [양의 미래] ‘나’가 한때 연인이었던 ‘제희’의 가족과 함께 수목원으로 나들이를 갔던 날에 대해 회상하는 이야기 [상류엔 맹금류] 조용한 집을 원해 이사했으나 이상한 소음들에 시달리며 이웃들을 무서운 방식으로 체험하는 이야기 [누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바로 그 시기에 바르샤바를 여행하는 부부의 이야기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오랫동안 나는 그 일을 생각해왔다”로 시작하여 “오랫동안 나는 그것을 생각해왔다”로 끝맺고 있는 작가 스스로 화자가 “인간과 짐승의 기로”(문지 이달의 소설 2014년 10월 인터뷰 중)에 서 있다고 했던 이야기 [웃는 남자]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절대적인 두 가지 조건 때문일까. 황정은의 소설세계가 가진 조도(照度)는 어쩐지 희망보다는 어둠 쪽에 더 가까운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어둠은 완전히 닫혀버린 문처럼 막막한 것이 아니라 그 틈새로 아주 간신히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처럼 어슴푸레하다.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작품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겠지만 어쩌면 작가와 마찬가지로 절대적인 두 가지 조건을 공유하는 독자가 이야기를 읽으며 필연적으로 품게 되는 바람 같은 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아주 작은 불빛이라도 떠올리고 그것이 존재를 또 세계를 약간만이라도 밝힐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지금 [아무도 아닌]을 함께 읽을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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