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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평양에서 서울로 카톡을 띄우다 평양호텔 TV 속의 박정희 대통령 드라마 첨단 고급화를 지향하는 식당 문화를 체험하다 미림승마구락부에서 승마를 하다 평양 우표 애호가들의 놀라운 수집 열정 북에서 보낸 쌀로 남에서 떡을 해 먹다 북으로 올라간 인사들은 어디로 갔나 2부 발전하는 교통 문화와 CC TV 지방에도 활성화된 영업용 택시 200미터 지하를 달리는 평양 지하철 북녘의 이국적인 전차 문화 3부 고아들의 복지 교육 시스템을 엿보다 옥류아동병원을 가다 평양시 육아원에서 세쌍둥이들을 만나다 평양산원 유선종양연구소를 가다 고려의학과학원을 가다 4부 북녘의 교회를 찾아가다 북녘의 사찰을 찾아가다 장충성당과 가톨릭교회 평양세계평화센터와 통일교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선언을 계기로 남북 관계의 지형이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 남북 관계가 해빙 무드를 타면서 평양과 서울을 오가는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북녘 사회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아직도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북 사회는 최근 들어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해왔다. 변화의 속도가 하도 빨라 새 소식을 접한 탈북자들마저 혼돈스러울 정도라도 한다. 평양 시내에 자가용 물결이 날로 늘어가고 상습 교통정체가 일어나며 마침내 cc tv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영업용 택시는 이북 전역을 누빈다. 음식점 메뉴판에 태블릿 pc가 등장하고 전자기기로 주문을 받는다. 평양에 이탈리아식 피자집(별무리)이 등장하는가 하면 비엔나식 커피 프랜차이점(Helmut Sachers Kaffee)도 문을 열었다. 북한 주민들은 이제 스마트폰(아리랑)으로 로동신문을 읽고 게임을 즐긴다. 보급된 휴대폰의 수효가 600만 대에 이른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인 최재영 목사는 재미동포로 지난 10년간 금단의 땅인 북녘땅을 가장 빈번히 방문한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는 이북 당국이 보여주는 모습만이 아니라 북녘땅 구석구석을 누비며 이북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그는 때로는 냉철한 기자의 눈빛으로 때로는 의혹을 가득 품은 검사의 매서운 눈초리로 때로는 자비한 목자의 그윽한 시선으로 이북 사회를 관찰하고 기록했다. 이 책의 가치는 가장 최근 북녘 사회의 변화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편견을 넘어선 내재적 접근을 통해 이북 사회의 실체적 진실에 다가갔으며 통일지향적인 관점에서 민족의 앵글로 북녘 사회의 모습을 담아냈다. 저자에게는 ‘분단 이후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따라 다닌다.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국립묘지를 모두 탐방한 사람’ ‘분단 이후 북측의 여러 교회에서 가장 많이 설교한 사람’ ‘분단 이후 현존하는 북측 종교시설을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 … 그런 그에게 ‘분단 이후 가장 먼저 전파의 장벽을 깨고 서울로 카톡과 페이스북을 날린 사람’이라는 기록이 덧붙여졌다. 저자는 평양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해 서울로 카톡을 날리고 보이스톡 통화를 성사시켰다. 이 책에는 이에 관한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소상히 실려 있다. 그의 남다른 시선을 통해 우리는 이북 TV 드라마에서 박정희 대통령 역을 맡아 인기를 누린 재일교포 배우 김윤홍의 명대사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된 이야기며 6·25전쟁시 북으로 간 소설가 이광수가 언제 사망하고 어디에 묻혀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분단의 벽을 허물고자 다양한 프로젝트를 세워 안간힘을 써온 이야기들이다. 빠르게 변모하는 북녘 사회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징검다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머리말
남과 북이 분단된 지 어느덧 70년이 넘었고 속절없이 몇 년이 또 흘렀다. 이별이 너무 길다. 남과 북을 셔틀 왕래할 때마다 가장 먼저 이산가족들이 눈에 걸렸다. 아마 그들은 전 세계 역사상 최초 최대 최악의 이데올로기 희생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절망적이지 않다. 올 봄에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만나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을 성사시켰다. 삼세번이다. 6·15선언과 10·4선언에 이은 세 번째 기회다. 하늘이 내려준 절호의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이제는 민족공조를 이뤄 통일의 길목에 들어서야만 한다. 우리는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아프리카보다 더 먼 곳이 있다. 우리가 흔히 ‘북한’이라고 부르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그러나 나는 재미교포라는 신분으로 금단의 땅처럼 여겨지는 북녘땅을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다녔다. 나에게는 ‘분단 이후 최초’라는 수식어가 여럿 따라 다닌다. ‘분단 이후 최초로 남과 북의 국립묘지를 모두 탐방한 사람’ ‘분단 이후 북측의 여러 교회에서 가장 많이 설교한 사람’ ‘분단 이후 현존하는 북측 종교시설을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 ‘분단 이후 가장 먼저 전파의 장벽을 깨고 서울로 카톡과 페이스북을 날린 사람’ ‘북측으로부터 전승기념일(정전협정일) 60주년 기념설교를 초청 받아 사전 원고 검열 없이 메시지를 전한 사람’ … 다시금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본다. 과연 나는 저 북녘땅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가? 거주하는 인구의 숫자보다 더 많은 폭탄이 투하되어 불바다가 된 평양 시민들의 처절한 고통을 나눠본 적이 있었던가? 폐허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서려는 그들을 위해 삽 한 자루 들어본 적이 있었던가? 전무후무한 대홍수와 가뭄 냉해로 최악의 식량난이 발생했을 때 주린 배를 움켜쥐며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북녘 동포들을 위해 죽 한 그릇 정성스레 대접한 적이 있었던가? 전후 65년이 넘는 지금까지 각종 제재와 고립정책에도 굴하지 않고 인동초처럼 견뎌낸 북녘 동포들을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애잔한 통증이 밀려온다. 그들은 미국의 압박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비겁하거나 구차하지 않고 의연하게 살아왔다. “최선생님 미국이나 남조선에 가시면 그저 있는 사실 그대로만 알려주십시오. 더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습니다. 들은 대로 보신 대로만 적어주십시오.” 작별 인사를 나눌 때마다 북측 안내원들이 나에게 당부하는 말이었다. 사실 나는 북측 당국자들에게 골칫덩어리 그 자체였다. 방북자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보여주는 일반적인 참관 코스를 따르기보다 내가 직접 코스를 짜는 다소 무모한 일정을 주장하곤 했기 때문이다. 나는 진실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었고 인민들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다. 가고 싶은 곳에 가서 보이는 대로 보고 느끼는 대로 느끼고 싶었다. 그런 까닭에 다소 무리한 요구사항을 관철하거나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호텔 빈 방에서 속절없이 기다 려야 하는 외로움을 견뎌야 했으니 이 책의 내용은 모두 그 무모함의 결과물이다. 북녘땅은 안내원 등이 동행하지 않은 채 방북자 단독으로는 아무 활동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러나 나는 북녘의 방방곡곡을 누비며 볼 것 못 볼 것 다 봤다. 통일의 상대인 북녘 사회를 이해하려면 상대의 입장과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내재적 접근이 필요하다. 나는 때로는 냉철한 기자의 눈빛으로 때로는 의혹을 가득 품은 검사의 매서운 눈초리로 때로는 자비한 목자의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방문 현장을 매번 영상으로 꼼꼼히 담고 메모해두었다가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려 하였다. 있는 사실 그대로를 통일지향적인 관점에서 민족의 앵글로 담아냈다고 자부한다. 이 책은 짧은 기간 안에 나름대로 분단의 벽을 허물고자 다양한 프로젝트를 세워 안간힘을 써온 이야기들이다. 나의 이런 행동이 자칫 상징적인 퍼포먼스처럼 비칠지도 모르겠다. 우리 앞에는 이념의 장벽 종교의 장벽 전파의 장벽 휴전선 철조망 등 여러 장벽이 놓여 있다. 나의 글이 민족화해와 자주통일의 방향을 고민하는 작은 증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북녘땅을 밟는다는 것은 언제나 그 자체만으로도 알 수 없는 흥분과 기대감 그리고 긴장감을 마주하게 된다. 누구라도 북녘땅을 쉽사리 찾는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북녘 사회를 올바로 대면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의 돌덩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한다. 이 책은 가장 최근의 북녘 사회의 변화를 담고 있다. 편견 없이 북녘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