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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인간의 죽음에 맞서 끝까지 싸우는 존재다. 물론 결과는 언제나 패배다. 잠시 승리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죽음을 물리칠 방법은 아직 없다. 그렇다면 싸우는 방법을 바꿔보는 게 어떨까. 패배가 결정되었다고 싸움을 포기할 일은 아니지만, 결과가 다르지 않다면 과정을 바꿔 새로운 국면을 찾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외과의 아툴 가완디는 의학이 차지한 삶의 마지막 순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의학과 죽음이 새롭게 대화할 가능성을 찾는다.
요즘은 대다수가 노화와 죽음을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겪는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자신의 시선, 가족의 테두리에서 보내지 못하고, 최후까지 최선의 의료 속에서 의학적으로 경험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 진실, 즉 생명을 지키려는 의료진과 그럼에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온전하게 맞이할 수 있는 여지가 부딪힌다. 이 책은 전자의 최전선에서 살아온 저자가 아버지의 죽음을 겪으며 다른 균형점을 찾는 여정이다. 의학이 해낼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지만, 적어도 죽음 앞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다룰지는 의학뿐 아니라 죽음을 ‘앞둔’ 우리 모두의 과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