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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저자가 학문적으로 원숙한 경지에 접어들어 저술한 교양용 도서로 그가 저술한 많은 명저 가운데서도 대표작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동양사학계에서는 그의 학문세계를 미야자키사학(宮崎史學)이란 말로 상찬하고 있거니와 이 책은 그 진면목을 보여주는 책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흥미진진한 필치로 시종일관 독자를 사로잡으면서도 학문적인 연구성과의 최고 단계를 유감없이 펼쳐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독자들은 역사책 가운데서 이처럼 박진감 넘치는 책이 있는가 하고 놀랄 것이다. 일본에서 스테디 셀러로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 책은 매우 수준이 높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전통시대 중국에서 관리가 되는 것은 매우 명예로우면서도 가장 유리한 직업이었다. 그래서 유산 지식계급의 자제는 물론 평민에 이르기까지 너나 할 것 없이 과거의 좁은 문으로 쇄도하였다. 당대에는 아직 학문이 민간에 보급되지 않았고 과거 응시자 수도 후대만큼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최후의 진사시험 급제자는 백 명에 한두 명 꼴에 지나지 않았다. 송대에 들어서면서 과거급제자 수가 많아지는데 과거의 공거에 응시하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하여 대기하는 사람의 수가 항상 6천에서 7천 명에 이르고 공거의 시기가 되면 그 수가 두 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명청대로 시대가 내려감에 따라 경쟁은 더욱 극심해진다. 과거시험은 현시 부시 원시 세시 과시 향시 거인복시 회시 회시복시 전시 조고 등 예닐곱 차례를 거쳤는데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곳에서 한 번 시험을 치르는 데 며칠씩 걸리기도 하였다. 시험은 시짓기와 작문으로 우열을 가렸으며 부정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수험자의 답안지를 다른 사람이 그대로 베껴서 필적을 알 수 없게 하는 등 애쓴 흔적이 보인다. 이는 왕조에 충성을 바치는 관료를 배출하기 위한 공정한 제도이기도 했지만 많은 허점을 안고 있었고 그로 인해 불평분자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대리시험과 부정입학으로 사회적 문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중국에서도 속옷이나 붓뚜껑 안에 예상 답안지를 몰래 적어가서 커닝하는가 하면 대리시험도 있었고 시험지 채점관이 뇌물을 받고 부정합격시킨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또 시험이 워낙 장기간에 걸쳐 치러졌으므로 여기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뿐 아니라 몇 십년 간 공부에만 전념해야 했으므로 집안이 넉넉하지 않으면 도중하차 하는 경우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채점하는 관료들이 아주 많은 수험자들의 답안지를 짧은 시간 안에 채점하다 보니 우수한 문장가를 놓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당시 수험자들과 일반인 사이에서 당연시하던 사고방식은 다음과 같다. 착하고 선행을 베푼 자는 실력이 모자라도 붙게 되어 있다. 평상시에 아녀자를 희롱했거나 악행을 범한 자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반드시 떨어지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