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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폭염에 잠 못 드는 밤, 입맛은 사라진 지 오래다. 건강한 여름을 나기 위한 나의 비책이 있으니, 바로 '냉면'이다. "비냉 하나, 물냉 둘 포장이요. 혹시 견과류가 있으면 다 빼주세요."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를 위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집에 있는 날이면 배달보다는 포장을 선호한다. 포장이 저렴하거니와 시간적으로도 더 빠른 이유다. 식물과 드라이브, 그리고 냉면을 좋아하는 작가 김지안이 한여름 무더위를 시원하게 날려 줄 냉면 잔치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노는 거라면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아홉 살 동갑내기 세 친구, 오늘만큼은 무더위에 지쳤는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다. 세 친구는 우연히 신비한 얼음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이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난다. 세 아이들이 먼 길에 지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쯤, 절벽 울고 있는 고양이를 구하려다 동굴 속으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정신을 차린 그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바로 냉면 폭포! 허겁지겁 냉면을 먹던 그때, 아이들 머리 위로 냉면의 주인이인 호랑이가 나타난다. 과연 세 아이들은 호랑이로부터 벗어나 신비한 얼음을 찾아 돌아갈 수 있을까?
<튤립 호텔> 김지안 작가의 신작. 작가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중간중간 만화 형식의 컷,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이야기 전개는 독자로 하여금 재미, 궁금증을 유발한다. 특히 세 아이들이 냉면을 먹고 내뱉는 내레이션은 마치 냉면을 먹는 듯한 느낌을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하는 듯하다.
'구수한 메밀 향 가득한 면발, 새콤하고 아삭한 오이절임과 무 절임, 슴슴하고 입에 촥 붙는 국물까지.
세상에 이런 맛이 또 있을까. 머리가 쨍! 턱이 덜덜! 지금이 여름이 아니라 겨울인가 싶을 만큼 시원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