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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몽 카페>와 <창문 너머 어렴풋이>를 쓰고, 아니 에르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등 여러 프랑스 작품을 번역하며 다방면으로 이름을 알려온 신유진 작가가, 이번 신작에서는 찬찬히 다져온 글쓰기의 힘으로 조금 더 깊숙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빛도 바람도 없이 불편하게 지내야 했던 서울의 작은 자취방 시절, 불면과 무기력감에 빠져 지냈던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의 3년, 이국에서 보낸 문맹의 시간과 꿈을 놓았던 순간, 모든 것을 얻었으나 가장 소중한 단 하나를 단 한 번 잃었던 깊은 고통의 경험, 할머니로부터 못생겼네 소리를 내내 듣고 지냈던 유년 시절과 할머니를 향한 미움, 그리고 할머니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
작가는 기억을 복기하며 과거의 상처들을 하나씩 현재로 불러내어 써 내려간다. 더 이상 상처가 되지 않게 된 지금의 목소리로, 겹겹의 계절을 통과하며 단단하게 쌓아 올린 마음과 문장으로. "부서졌으나 아주 망가지지는 않겠다는 각오로, 상처 입었으나 병들어 죽지 않을 마음으로, 오래 가난하지 않을 희망으로." 작가가 오랜 시간에 걸쳐 채워온 계절의 문장들로 위로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