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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부는 극우 바람이 피부로 느껴질 때마다 두려움이 인다. 한때 충격적이었던 혐오는 어느새 일상적 언어가 되고 있고 당연하던 보편적 가치들은 그 색이 바래는 중이다. 파시즘이라는 단어는 과거의 유물처럼 여겨지지만, 우리가 파시즘을 떠올릴 때 우리에게 유난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이들이 누군지는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민주주의는 가장 민주적인 방식으로 누구에게든 칼을 쥐여줄 수 있다. 파시스트 정치도 그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누가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꼼꼼히 지켜볼 수 있다면 파시스트를 가려낼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우리의 생계는 머리와 손발을 가만두지 않는다. 모든 언론을 살피며 비교해 보기엔 시간도 체력도 역부족이다. 이런 우리에겐 현실의 흐름을 정확히 읽도록 도와주는 책이 필요하다. 예일대 철학과 교수인 저자는 파시스트 정치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전술을 정리하여 이 책에 담았다. 책 한 권만으로 세계 정치를 꿰뚫는 통찰을 가질 순 없겠지만, 이 책은 분명 눈을 번쩍 뜨도록 한다. 책에서 나열하는 파시스트 정치의 징후가 구체적이고 명확하기 때문이다. 읽는 동안 많은 문장들에서 소름이 돋을 것이다.
저자는 "자유민주주의 정치의 정당한 전술과 파시스트 정치의 음흉한 전술의 차이를 인식하기 위한 중요한 도구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한다. 목적에 충실하게, 책은 읽기 편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간 정치에 큰 관심이 없었던 이들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가능한 많은 시민들이 이 책을 읽고 진실과 거짓을, 진심과 기만을 함께 가려낼 수 있길 바란다. "정치는 다 똑같지."라는 말은 민주주의의 종말을 불러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