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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남는 책과 수정을 거듭하는 책, 잘못 번역되어 비로소 제대로 읽히는 책, 읽지 않은 책에서 영향을 받아 소설을 쓸 수 없는 작가. '쓰는 인간'의 문제들을 짧은 소설의 형식으로 묘사하는 순간 소설가의 거울에 소설가가 비친다. 소설이 이 지상의 보직이라고 여기는, 잘 쓰는 것보다 '끝내 쓰는' 것으로 복무를 잘하고 싶다고 말하는 작가 이승우. 정면을 응시하는 벨라스케스의 자화상 속 눈빛을 연상케 하는 소설가의 자의식이 소설을 흐른다.
신, 인간, 구원 등의 문제에 천착해온 작가는 깊이 있는 질문을 한 순간의 이야기 속에 담아낸다. 쓰는 인간 / 사랑하는 인간 / 사는 (죽는) 인간의 단면. 부조리와 기이함, 아이러니로 이루어진 세계를 그린다. '카프카의 짧은 소설은 긴 질문지와 같고 톨스토이의 짧은 소설은 긴 답지와 같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작가 이승우의 이승우식 짧은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