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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는가? 비교적 온화한 일상을 보내는 평범한 사람에겐 지우고 싶은 기억은 마땅히 없을 것이다. 도리어 많은 기억들이 모여 자기 자신을 이룬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 또한 작은 기억 조각들이 모여 인간의 형태를 이룬다고 여긴다.
1945년 1월, 열두 살 덕구는 우연히 경성 기억 극장에서 일하게 된다. 사람들의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 주는 그곳엔 친일 행위를 한 교사, 군인, 순사 등이 방문해 괴롭고 부끄러운 기억들을 지우고 상쾌한 기분으로 극장 밖을 나선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덕구 자신도 독립운동가를 밀고한 사실을 지웠다는 걸 알게 되고 그 사실에 좌절하며 어떤 선택이 옳은지 치열하게 고민한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을 똑똑히 기억하고자 한 용기 있는 개인의 이야기를 과학적 상상력을 빌려 그려낸 이 동화는 기억에 대해,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에 대해 계속 되묻게 해준다. 과거의 행동은 바꿀 수 없지만 기억하는 한 앞으로의 선택은 이전보다 나아질 수 있다. 제13회 웅진주니어 문학상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