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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전에 해적판으로 나왔던 <멜랑콜리의 묘약>이 새로운 번역으로 정식 출간되었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유명 단편들을 다수 수록한 작품집으로, 함께 나온 <온 여름을 이 하루에>까지 포함하면 이전 판본에 실리지 않았던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오래된 TV 시리즈 '환상특급'이나 최근의 '기묘한 이야기'와 같은 소재들이 자주 등장하는 가운데 이를 엮어가는 문장들은 늘 낭만적이다. 브래드버리의 세계에서 과학과 환상은 한데 버무러져 꿈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촉매가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화성에 앉아 지구를 바라본 시인이라고 불렀다. 이는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연작소설집 <화성 연대기>가 불러일으킨 연상이지만, 브래드버리가 창조한 화성의 고독하고도 아름다운 모습은 그의 작품세계를 대표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멜랑콜리의 묘약>에는 이 화성 연대기를 잉태한 슬픈 단편 '백만 년 동안의 소풍'이 들어가 있다. 그리고 40년 동안 늙지 않아서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삼 년 마다 이사를 다녀야 하는 소년의 이야기도 있다. 아이스크림색 양복에 얽힌 로알드 달 풍의 단편은 진짜 웃긴다. 수 년 동안 비가 내린 금성에서 태어나 해가 뜬다는 걸 모르는 아이들이 일출을 마주하는 순간을 다룬 이야기도 있다. 브래드버리는 이렇듯 기발한 설정으로 시작해 독자의 마음을 흔드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책을 읽고 나면 스티븐 스필버그가 왜 브래드버리에게 그토록 찬사를 보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간결하고 확실하게 전달되는 감정의 움직임들이 각별하다. 그래서인가, 브래드버리를 읽기에는 아무래도 가을이 가장 좋은 계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