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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짙은 바다 위로 내리쬐는 햇살, 열정과 낭만은 여행지로서의 이탈리아를 찬양하게 하지만 이 나라의 한 겹 외피 아래엔 망가져버린 정치와 피폐해진 사회가 있다. 강력한 가부장제, 좌우를 가리지 않는 포퓰리즘 정치, 심각한 수준의 성 불평등, 기승을 부리는 극우세력. 모든 면에서 내리막길을 걷는 이탈리아 사회를 보며 저자는 절박한 위기감을 말한다. 저것이 한국의 근미래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저출생과 포퓰리즘 정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찬찬히 뜯어본 한국 사회의 여러 지표들은 이미 이탈리아와 섬뜩할 정도로 닮아있다. 한국 사회는 어쩌다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게 되었나. 위기는 정치로부터 시작된다. 책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재구성된 한국의 정치 질서를 중심으로, 이것이 어떤 자기완결적 모순으로 작동을 멈추게 되었는지 살피고 현재 진보 정당과 보수 정당들의 패착을 짚어낸다. 여러 데이터로 분석하는 한국 정치의 위기는 예리하다.
한국 정치에 대한 비관으로 시작한 책이지만 변화가 진정 불가능하다면 이 책의 의미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진짜 정치의 복원을 강조하며 그 방법을 집요하게 살핀다. 우리는 바뀔 수 있을까. 지치고 지긋지긋해도 눈을 부릅 떠야 한다. 뻔한 미래로 달려가지 않으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