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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역사도 유전되는 것일까.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으로 이어지는 삼대의 후손 이진오는 굴뚝 위에 올라있다. 아파트 십육층 높이의 발전소 굴뚝 위에서, 부당한 해고에 대항하여 투쟁중인 그는 페트병에 가족의 이름을, 죽은 사람들의 이름을 붙여 그들을 호명하며 길고 추운 밤을 견딘다. 꿈과 환상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소환의 시간이 시작되면 가족들의 이야기, 노동의 백년이 유장하게 펼쳐진다. 이백만, 이일철, 이지산의 철도노동자의 역사가 노동조합과 주의자와 사상과 투옥과 함께 독립운동가 '이재유'등의 실존 인물의 역사와 엮여 흐르고, 이백만의 아내 주안댁, 막음이 고모, 이일철의 아내 신금이와 같은 여성의 역사가 장쾌하게 이야기와 어우러진다. 부당한 대우를 당한 동료를 위해 파업을 결의하고 해고를 감수하는 공장 노동자 신금이의 활동을 따라 읽다보면 이 거대한 이야기가 곧 한국인의 노동의 백년에 관한 이야기임을 깨닫게 된다.
세계가 함께 읽는 작가 황석영이 구상부터 집필까지 30년이 걸린 필생의 역작을 펴냈다. 방북중 만난 영등포 출신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작하게 된 역사를 질주하는 기차 이야기. 우리 소설의 계보를 새삼스럽게 깨닫게 한다. 염상섭의 <삼대>, 채만식의 <탁류>와 같은 거대한 이야기를 그리워한 독자가 특히 반가워할 만한 소설다운 소설. <객지>를 통해 노동하는 인간의 삶을 정확하게 들여다본 황석영이, <장길산>, <삼국지> 등을 통해 수많은 인물의 개성을 거침없이 구성하던 황석영이, <손님>을 통해 우리 역사의 모순을 직시하던 황석영이, 독보적인 이야기꾼이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