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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또 위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설에 흑해의 파도마저 숨죽이는 상황이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놓인 동중국해는 또 어떤가. 필리핀과 베트남 인근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다. 석유나 생선 같은 자원도 자원이지만 인류가 바다를 두고 이렇게 극성인 까닭은 바다가 곧 길이기 때문이다. 수에즈 운하가 막혀 전 세계가 물류 대란을 겪었던 것이 불과 1년 전 일이다. 인류가 해로를 개척하고 항해에 나선 이후부터 세상은 더욱 긴밀하게 엮이기 시작했다. 저자는 말한다. 바다의 역사는 곧 소통의 역사라고. 이참에 그는 인류사 전체를 바다의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 보기로 결심한다.
인간이 처음 의도적 항해를 나선 때부터 오늘에 이르는 이 장대한 여정이 그 결과다. 그는 책 말미에 가서는 미래학자로 빙의하여 인류가 직면한 바다의 난제와 희망을 함께 살펴본다. 우리가 역사를 읽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듯 말이다. 인류의 지난 바다를 기억하고, 다가올 바다를 상상하기에 그만큼 적격인 저자가 또 있을까. 그는 이 책이 팬데믹 속에 안식년을 맞이한 탓에 나올 수 있었다고 말하는데, 그의 바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겐 이 '가택연금'의 성과가 무척 반갑다. 그러나 독자 역시 같은 처지에 놓인 이 사태가 못마땅하다. 방방곡곡, 세계의 바다를 누비며 읽을 그날을 고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