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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과 동시에 '힙합씬'의 풍경을 바꾼 센세이셔널한 MC의 등장처럼, 김초엽은 그렇게 우리에게 도착했다.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2019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작품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20만 독자에게 사랑받았고 '한국에는 SF 독자가 없다'는 통설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SF 생태계 내부의 왕성한 활동부터 <사이보그가 되다> 등의 저작을 통해 낸 사회적인 목소리까지, 김초엽의 이야기는 2020년대의 풍경을 조각하고 있다.
김초엽 첫 장편소설. 더스트로 멸망해버린 세계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장은 2129년 더스트생태연구센터에서 덩굴식물 모스바나에 대해 연구하는 아영의 이야기. 2장은 2058년, 더스트를 피해 돔 안에서 도시를 이루고 사는 시대, 돔 없이 숲을 이루고 사는 사람들을 찾아 나선 나오미의 이야기. 그리고 3장에서 이 두 이야기가 만나 세계의 멸망에 관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출간 전 알라딘과의 인터뷰를 통해 김초엽은 '코로나19로 인한 두려움이 매우 극심하던 때'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며 '절망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타인과 세계의 회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생각한 작가의 마음이 무성한 숲을 꿈꾸게 한다. 무엇이 있을지 알지 못하면서도 우주선을 탄 <우.빛.속>의 할머니 과학자처럼, 나오미와 아마라는 이 절멸의 세계에 식물을 퍼뜨리기 위해 호버카를 탄다. "타인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지켜보는 게 가능했던 사람들"(226쪽)만이 살아있는 세계라는 걸 알면서도 아직 이 세계를 사랑하고 있다면, 당신도 김초엽이 내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