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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수학여행비 354,260원이 없어 선생님과 상담을 하는 현정인의 삶에 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고양이 악마 헬렐이 찾아왔다. 일주일의 휴가를 정인과 보내기로 한 헬렐이 정인에게 '만약에'라는 만능 주문으로 정인을 유혹한다. 폐지를 수집하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살며 유통기한이 지난 패티를 쓰는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인의 삶은 '참을인' 자로 가득 차있다. 악마의 주문을 선택하면 불평할 수 있는 아이(13쪽)조차 되지 못하는 정인도 자신을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그런데 정인은 과연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단지 100만원을 모으는 게 꿈이던 정인에게 온 세상을 권하는 고양이. "그냥 모른 척 눈을 감아. 다들 그렇게 사니까." (106쪽)라고 악마는 유혹한다. "불운 앞에서 인간은 묻지. 왜 나인가?" "행운에겐, '왜 나인가?' 묻지 않으면서.'(134쪽) 같은 논리를 잇는 현란한 말솜씨로, 인간의 흥망성쇠를 모두 지켜본 악마는 정인을 유혹한다. 모파상의 <목걸이>에서 괴테의 <파우스트>로, 한화 이글스부터 나이키 에어 맥스로 이어지는 풍부한 인용을 엮은 이야기로, 첫 책을 내는 작가 나혜림이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위저드 베이커리>, <아몬드>와 같은 작품을 소개한 창비 청소년문학상의 수상작. 세상의 모든 정인에게 작가의 말의 한 문장을 함께 권하고 싶다. "극복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그냥 하세요." (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