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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과거의 내가 지니고 있었던 무언가가 사라졌으며 그것으로부터 이미 너무 멀리 떠나왔음을. 삶이 지금과는 달랐던 시절, 불안한 미래가 두려운 동시에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고 여기며 하나로 고정되지 않을 미래를 찬미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언제나 속해 있을 것이라 믿었던 그 세계는 서서히 멀어지다 느닷없이 닫혀버렸고, 그렇기에 더욱 찬란하고도 쓸쓸한 빛을 발하고 있다.
"가끔은 과거에 내가 어떤 사람이었다는 생각에 매달려 너무 애쓰고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어. 그걸 놓아버리기가 너무 힘들어." <사라진 것들> 속의 인물들은 저마다 소중한 무언가를 상실했다는 것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방황한다. 더욱이 자신과는 달리 멈춘 시간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듯한 이들을 만나는 날이면, 나쁘지 않다고 여기던 현재의 삶에 깊은 우울이 드리운다. "삶의 어느 시점에 잘못된 기차에 올라타 정신을 차려보니 젊을 때에는 예상하지도 원하지도 심지어 알지도 못했던 곳에 와버렸다는 걸 깨닫"고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 없는 때도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과 그 자리에 새롭게 찾아오는 것들에 대하여. 소설은 그 빈 자리를 지키며 가만히 위로의 시선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