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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직감은 설 곳이 없다. 기업에서 아직도 직감을 내세울 수 있는 이는 사장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숫자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겉으로 보면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보인다. 그런데 근거가 되는 숫자를 확인하거나 검토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미 계산된 결과이니 그 자체로 신뢰를 얻고 그대로 결정이 되곤 한다. 이게 합리적이냐고 되묻는다면 아마 쉽게 답하지 못하겠지만, 일일이 살펴보기에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넓어진다는 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있겠다.
이제 빅데이터가 적용되지 않는 곳은 없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 결정이나 대학의 학생 선발 등 비교와 평가가 필요한 모든 영역에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적용한 결과가 가장 정확하고 믿을 만하다고 인정받는다. 이 책은 이런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수학박사이자 데이터과학자로 명성을 떨친 저자는 일종의 내부고발자가 되어 빅데이터의 허술함과 알고리즘의 한계를 낱낱이 고발한다. 과거 골상학이 인종을 차별하는 근거로 사용되었듯, 오늘날 빅데이터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믿기 어렵다고? 아마 당시 골상학을 믿는 이들도 마찬가지 반응이었을 터, 대량살상수학무기로 변신한 알고리즘의 파괴와 위협을 확인한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기준과 근거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