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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유령의 마음으로
2022년 소설/시/희곡 분야 18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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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내 삶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일하는 빵집 카운터에 엎드려있던 '그것'이 내게 나는 너의 유령이라고 말할 때(<유령의 마음으로>), 인간을 해파리로 만들어버리는 변종 해파리가 해안가에 나타났다는 뉴스를 볼 때(<빛이 나지 않아요>), 퇴근 후, 내 방 한가운데서 한 남자가 나무가 되어 뿌리내린 걸 발견했을 때(<여름은 물빛처럼>).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나의 유령과 내가 한 빵집에서 일하고 있어 의자가 세 개 필요하다는 '나'의 말을 듣고 빵집 손님 김지원은 '반은 언니를 믿는데, 반은 언니가 미쳤다고 생각해'(23쪽)라고 대답하고, 나는 그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자기의 삶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순순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의 마음. "실망이 쌓이면 분노가 되고, 분노는 결국 체념이 되니까. 그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언젠가부터 아무것도 바라지 않은"(24쪽) 사람들의 마음을 첫 소설집을 엮은 소설가 임선우는 알고 있는 듯하다. 때론 괴로울 정도로 쑥스러워하는 사람들, 제일 자신있는 게 버티는 일인 사람들, 바닥에 꽂힌 빨대에 찔린 발을 골똘히 들여다보는 사람들. 왜 내 삶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생각하면 차라리 원죄를 믿고 싶어지는, 그런 사람들. 믿지 않아도 믿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

    <빛이 나지 않아요> 속 문장, "지선 씨는 미련을 버리는 대신 그를 계속해서 사랑하기로 선택한 것이다."(68쪽)를 읽으며 나는 임선우의 소설을 사랑하기를 선택했다. 장난 칠 기력도 없는 금요일 오후의 만우절, 나보다 정확하게 내 마음을 아는 유령이 나타나 내 대신 울어준다면, 어쩌면 이 환상을 믿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이들에게, 이 소설을 권하고 싶다.
    - 소설 MD 김효선 (2022.04.01)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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