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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 상처에게" (10쪽, <초대>) 류시화가 10년 만에 발표한 시집은 이런 권유로 시작한다. "손을 내밀어 보라" 긴 겨울을 버티고 겨우 봄꽃을 만난 자기 자신에게 내미는 손.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14쪽,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지나 다시 봉오리를 여는 하나의 우주, 한 그루의 꽃나무들을 류시화가 축원한다.
"존재가 깊이 상처 입어 / 날개가 부러지거나 / 심장에 금이 갈 때"(44쪽, <떨림>) 한 우주는 자신이 우주임을 비로소 알게 된다고 류시화는 말한다. "금 간 곳 꿰매며 / 다시 삶에 놀라워하며" (같은 시) 긴 겨울 지나 맞은 새봄의 기운을 느껴본다. 우리는 두 번의 봄을 마스크와 함께 보냈다. 이제 우리에게 주어진 조심스러운 봄이 세 번째. "천 개의 조각으로 부서져도 / 그 천 개의 조각마다에서 웃으라고"(56쪽, <달라이 라마와 노천 찻집을 열며>) 권하는 시인의 말과 함께 봄 기운을 깊이 들이마셔본다. "시대가 어떤 식으로 살벌하든 (...) 시를 읽으려는 인간 영혼의 경향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이십억 광년의 고독> 다니카와 슌타로가 추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