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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가까워지는 일은 그 사람만의 독특함을 발견해내는 일일 것이다. 그 '독특함'이 드러나는 순간의 공기를 김금희의 소설은 감각적으로 묘사해낸다. 손님의 '무리한 요구를 거절할 때는 한 문장 뒤에 오 초간 뜸을 들이며 크리스털 잔을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하라는 매뉴얼을 카페 직원들에게 교육시키는 사장.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건 훨씬 손쉬운 일이나, 그의 '오랜 불행 같은 것'을 알아챈 후 그가 어떤 상황에 느꼈을 모욕감을 함께 느끼는 건 어렵고 귀한 일이다. 채식주의자이며 생태주의자인 직원 '은수'에 대한 관심을 카페 앞에서 펼쳐지는 그린피스의 캠페인을 방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화답하는 사장. 그의 마음결을 짐작하는 '나'의 눈높이로 세상을 본다. 김금희의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이상한 매뉴얼을 지닌, 부끄럽고 상처입은 어떤 이들과 (때론 자기 자신과) 비로소 같은 줄에 서게 된다. (<사장은 모자를 쓰고 온다> 中)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라는 힘 있는 문장으로 기억될 소설 <경애의 마음>의 작가 김금희가 꼭꼭 눌러 쓴 아홉 편의 아름다운 소설이 실린 소설집으로 독자를 찾았다. 소설은 수치심을, 모욕감을, 죄책감을 느꼈을 사람들의 그 순간을 애정어린 눈으로 들여다본다. "지금 쥘 수 있는 많은 것들 중에, 소설을 선택해준 당신에게 내 미약한 응원과 용기를 보낸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대로, 소설과 대면하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용기를 낸 독자에게 이 소설이 전해지길, 그렇게 "소설을 말할 때는 거짓말처럼 어떤 세계가 환기되면서 실제야 어떻든 아우라와 아름다움을 갖게" (<쇼퍼, 미스터리, 픽션> 中) 되는 어떤 이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라며 이 소설집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