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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제목 '양과 강철의 숲'은 피아노를 뜻한다. 가장 중요한 부품인 해머를 감싼 양모 펠트와 강철로 만든 현, 그리고 나무들로 이루어진 숲이 바로 피아노다. 그래서 때로 자연을 향하는 이 소설의 낭만적인 문장들은 소설의 주제인 피아노에 대한 비유로도 읽을 수 있다. <양과 강철의 숲>은 자연과 피아노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소설로, 그 안에서 자연과 피아노는 하나로 합쳐져 조화를 이룬다. 소리와 풍경이 하나인 듯 고르게 공들여 묘사한 작가의 세공 솜씨가 인상적이다.
이 고운 세계 위를 걷는 주인공은 피아노 조율사다. 그는 피아노를 전혀 칠 줄 모르지만 이상적인 소리를 만들고 싶어한다. 그는 피아노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그 곁에만 있을 수 있다면 꼭 피아니스트가 아니어도 상관없는 사람이다. 그는 피아노를 통해서 다른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 피아노라는 악기 자체를,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소리를 사랑한다. 그래서 피아노의 내부를 살피고 소리의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는 조율사는 어쩌면 그에게 딱 맞는 일인지도 모른다. 화려하지 않지만 자신의 삶이 바라는 방향을 정확히 읽고 당도한 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그러한 방향 감각과 결단력 역시 일종의 재능일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이처럼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양과 강철의 숲>은 마치 멘델스존의 실내악 같은 목소리로 독자들로 하여금 일단 시작해 보라고, 자기자신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고 권한다. 그게 한낱 꿈처럼 느껴지더라도 퍽 아름다운 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