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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에게 피아노가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피아노의 본질이 무엇인지 사유할 수 있을 테고, 호기심이 있는 이라면 건반을 두드리며 세계의 질서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고, 때로는 세상과 대결하느라 지친 영혼을 위로하며 멋진 곡을 연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철학자도, 피아노를 연주해보지도 않은 이(=나)의 상상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정말 피아노를 연주한 철학자들은 어땠을까? 늘 피아노 연습을 쉬지 않으며 재즈 피아니스트를 꿈꾼 사르트르, 스스로 음악가라 생각하며 삶의 마지막까지 쇼팽과 피아노를 떠나지 않은 니체, 아마추어리즘을 적극적으로 내보이며 슈만에 대한 사랑을 아끼지 않았던 바르트. 이 책은 세 철학자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건반 위에서 사유의 리듬을 발견하고 삶과 세계의 화음을 구현하는 일이 어떻게 벌어지는지를 조곤조곤 들려준다. 참, 나와는 달리 이 책의 저자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이자 철학 교수이니, 세 철학자의 사유와 연주로 펼치는 새로운 사유와 연주를 기대해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