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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꾼 k가 만난 이야기. 그는 전달책 k, 소문자 k이다. '거기까지 가는 길은 아는데 / 왜 가는지는 모르'는 (<무슨 심부름을 가는 길이니?> 中) 심부름꾼이 영문을 모르고 바삐 재촉하는 걸음. 그 길에서 그는 카프카를, 기형도를, 배수아를, 허수경을, 황정은을 만난다. 이야기에 이야기를 비추면 시가 튕겨져 나온다. '에코'처럼 동심원을 그리며.
"우리를 밟으면 사랑에 빠지리"라고 말했던 <에코의 초상> 김행숙이 6년 만에 시집을 엮었다. 감각적인 언어는 여전하지만, 시의 실험은 더욱 깊고 자유로워졌다. 전작 출간 이후 극심한 통증을 만난 시인은 "마치 외국어로 글을 쓰는 사람처럼 나는 내 문장이 조합되는 과정을 생경하게 의식"하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뼈와 살이 내뱉는 비명 같은 통증 이후, 그가 마주한 것은 182센티미터 55킬로그램의 자신의 육체를 인식한 카프카가 경험했을 그 감정, 실존에 대한 생경함이다. '마지막으로 55킬로그램의 똥을 누'기 전에, (<「변신」 후기> 中) 자신의 생물성을 뼈저리게 인식한 후에도 우리에게 남은 건 오직 언어뿐. 그렇게 심부름꾼은 무수한 언어 사이를 건너며 밤을 보낸다. 계속되는 밤과 꿈. 김행숙의 말과 함께 '우리는 우리를 위해 환하게 불을 켠다.' (<우리를 위하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