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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스승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분야나 계파로 구분되지 않는다. 그러한 분류를 넘어선 사유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신영복의 위치는 독특하다. 일상에서 쉽지 마주치는 곳에 자리한 글씨와 그림, 다른 말과 글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아포리즘, 삶의 고단함을 위로하며 그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을 관조하는 에세이, 방향 잃은 오늘의 삶과 세계를 구출할 방도를 전하는 고전 읽기. 이만큼 다채로운 빛깔로 기억되는 시대의 스승이 있었을까 싶다.
그가 떠난 지 어느덧 1년이다. 그가 남긴 배움과 공감을 돌아보고 정리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지만, 한 사람의 흔적을 온전히 품기에는 지나치게 어지러운 1년이기도 했다. 다행히 그가 남긴 글은 여전하고 그가 전한 말은 한결같으니, 1주기를 맞아 그와 나눌 수 있는 최선은 역시 그의 말과 글을 다듬어 읽는 일이 아닐까 싶다. 미발표 유고를 포함한 선집과 생전에 여러 사람과 나눈 대담 열 편을 묶은 1주기 기념작을 만나니, 지난 1년이 바람 같고 그 없이 지낼 앞날이 쓸쓸하다. 그가 남긴 마지막 선물이 아니길 바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