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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미국 중서부 네브라스카 주에는 페어필드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마을이 있다. 대부분 농사에 종사하는 이 마을의 소년소녀들은 모두 그곳을 벗어나고 싶어한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지루한 농장일과 아무런 감흥도 없는 학교 교육 외에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여름을 삼킨 소녀>는 이토록 갑갑해 하는 사춘기 아이들이 모여 몰래 술을 마시다 경찰에게 걸리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소설의 작가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쓴 넬레 노이하우스다. 그렇다면 이 일탈에는 비밀이 있을까? 연행 과정에서 거대한 범죄의 씨앗이 드러나게 될까? 놀랍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열다섯 살의 소녀 셰리든이 태양처럼 작열하는 권태와 새엄마의 지독한 방해를 양 어깨에 얹고서도 기어코 어른이 되어가는 이야기 뿐이다.
셰리든은 (거의) 두려움 없이 성에 눈을 뜬 뒤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지만 결코 후회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행한 선택의 대가를 자신이 치러야 한다고 믿는 건강한 영혼이기 때문이다. 그 모든 욕구는 좋은 것이다. 다만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나중에 남탓을 하는 자들이 상황을 악화시킬 뿐인 것이다. 셰리든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추락하지 않을 것이다. 섬세함과 추진력과 뜨거운 욕망을 함께 갖춘 소녀는 곧 지혜와 욕망을 겸비한 어른이 될 것이다. <여름을 삼킨 소녀>는 그 변신이 있었던 뜨거운 여름, 소녀가 주체적인 성인으로 다시 태어나는 아주 뜨거운 여름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