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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어떤 이들에겐 어떤 시기가 특정한 영화로 기억되기도 할 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지난해 상영을 놓친 영화 <아사코 (Asako I & II)>가 <아사코>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2019년 봄의 어느 주말.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이동진 평론가의 시네마톡 문서를 검색해 이동진의 언어와 함께 다시 영화를 보았다. "심리적인 재난과 물리적인 재난 너머의 바다를 이제 아사코는 혼자서 똑똑히 보아내야 한다. 그 바다가 여전히 아름다운지 확인해야 한다."(59쪽)라는 이동진다운 명료한 문장과 함께, '영화는 두 번' 시작됐다. '처음 한 번은 극장 안에서, 그다음 한 번은 극장 밖에서'. '료헤이'의 뒤를 쫓아 달려가는 '아사코'의 뒷모습을 떠올리면, 이제 어쩐지 조금 더 애틋한 기분이 든다. 영화가 멈춘 자리에서 그렇게 영화는 두 번 시작된다.
시간을 들이지 않고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은 없다. 2019년 <기생충>부터 1999년 <벨벳 골드마인>까지,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20년간 기록한 영화평론을 한 권으로 엮었다. 개봉 시점의 역순으로 배치된 영화평을 따라 읽다보면 영화와 보낸 시간이 함께 떠오른다. 214편의 영화를 다룬 208편의 평론, ‘찾아보기’에 정리한 영화명과 영화인명은 1,700여 개, 총 페이지 수 944쪽. 성실하고도 탁월한 사랑고백을 읽으며 관객 역시 그들 각자의 20년을 그들 각자의 영화관에서 회고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영화가 멈춘 그 발코니의 자리에 서서 이제부터 관객은 곰곰이 생각에 잠길 것이다." (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