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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추리고 추려서 소개하면 딱 이 문장이 남는다. "사람을 무슨 다 쓴 건전지처럼 갈아 끼우는 학교(와 교직원들)의 행태를 보고 화를 내는 사람들조차, 급식실에서 밥을 짓고 채소를 다듬는 일이 어떤 대단한 기술과 숙련을 갖췄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 역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니다. 없던 것은 생각이 아니라 언어였다."(72쪽) 언제든 한 편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조차 이들의 숙련도와 자부심에 대해선 무지하다. 어떤 직업에 대해선 그렇게 특정한 방향의 생각만 흐른다.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안마사... 기록노동자 희정이 이 직업인들의 자부심을 듣고 관찰하고 썼다. 같은 자세로, 같은 태도로 10년, 20년, 30년 오래 일해온 사람들이다. 이들이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이, 노력이, 내 일에 대해서만큼은 내가 확실하게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부심을 만들어냈다. 여전히 반찬 가게의 반찬과 손주의 식단표를 눈여겨보며 공부하는 조리사의 기획력이, 공중에 매달려 자유로움을 느끼며 건물 외벽의 실리콘 작업을 하는 로프공의 숙련된 기술이 이제야 언어가 되어 머리에 들어온다. 이 책엔 단단한 직업관이, 노련한 기술자들의 진심이 들어있다.
서로의 묵묵한 진심을 알아봐 주는 순간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 무심함이 전제된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별 볼 일 없게 느껴진다. 상품, 음식, 서비스, 프로젝트 안에서 이것을 제공하는 사람들의 응축된 시간과 노력, 마음을 자꾸자꾸 목격한다면 우리는 세상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이 책은 무심해 보이던 세상이 사실은 얼마나 정밀한 노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지를 증언하고 있다. 직업인을 직업인으로서 조명하는 당연한 일을 드디어 해냄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