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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침달 낮달 저녁달이 아니고 모두 낮달인가 생각하다, 해 뜨고 뜬 달은 죄다 낮달인 게지, 해는 늘 낮달만 만나고. 그러니 해 입장에서 밤에 뜨는 달은 영영 모르는 거지." <모르는 영역> 속 명덕은 생각한다. 고깃값을 흥정하며 "그렇게는 안 되지."라고 말하는 식당 주인에게 "왜 안 돼요?"라고 되묻는 딸 다영의 마음을 명덕은 알지 못한다. 딸은 도무지 좋게좋게 넘어가지 못하는 사람이다. "왜 해도 됩니까, 한 번은?" 다영의 이 날 선 질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는 알지 못한다. 그 '모르는 영역'을 향해 한 발을 내딛기 위해선 누구에게나 익숙한 '지금'을 정확하게 직시할 용기가 필요하다. 권여선의 소설은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는 김애란의 추천의 글 속 문장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감정을 정확하게 바라볼 용기를 권한다.
'당신이 알지 못하나이다' (2019년 출간된 권여선의 장편 <레몬>은 이 제목으로 연극으로 공연되었다). 소설은 끊임없이 이 구문을 되뇌게 한다. 50년을 함께한 레즈비언 커플 데런과 디엔의 이야기. 식당을 찾아 헤매던 중 '공기중에 퍼져있는 미세먼지처럼 어찌해볼 수 없는 재앙'을 예감하고 으르렁대고 마는, 조절할 수 없는 데런의 분노는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물러 있는지. (<희박한 마음>), 언니의 이름으로 빚을 만들고 도망친 엄마와 똑같은 방식으로 소희의 이름으로 빚을 만들고 도망친 언니. 매달 백칠십만원을 받고 스포츠매장에서 근무하는 소희가 빚 없는 사람이 되려면 식비를 얼마나 아껴야 하고, 손톱 치료를 얼마나 미루어야 할지.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소희도 사람이기 때문에' 상하는 마음은 어찌해야 하는지. (<손톱>) 사람의 마음, 사회의 구조, 운명과 섭리. 그 어디쯤의 '모르는 영역'에 대해 생각해 본다. 권여선의 소설은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감정들에 대해 굳이 색을 칠해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 정확함으로 묘사하는 슬픔의 풍경들이 선명해서 오히려 위로가 된다. 취기 후의 너그러움 같은 감각으로 알지 못하는 것을 새롭게 바라본다. 이 소설집에 실린 마지막 소설, <전갱이의 맛>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모든 것은 사라지지만 점멸하는 동안은 살아 있다. 지금은 그 모호한 뜻만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