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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동시에 도달하지 않는다. 개인이 인공위성을 쏘고 인공지능이 운전을 대신해 주는 미래가 현실이 되었지만 지구인의 절반은 여전히 한 달에 한 번씩 생리통에도 처참히 패배한다. 남성의 생식기에 관해 수많은 연구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도 여성의 생식기는 무관심의 장막 안에 숨겨져 있었다. 책에 나온 어느 과학자의 말마따나 "보려고 하지 않아서 보이지 않는 것들도 있다." 여성의 몸은 그 능동적, 수동적 무관심에 의해 과학으로부터 소외되어 왔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자신의 질염을 계기로 여성의 몸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여성 3명 중 1명에게 질염이 발생하지만 현대의 과학은 아직 질 분비물의 구성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질염의 치료는 붕산을 써서 질 미생물 생태계를 망가뜨려버리는 식의 고전적 의학 기술에 머물러 있다. 이것은 문제다. 저자는 의학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여성 생식기에 관련한 이야기와 연구를 모은다. 그는 학계의 뿌리 깊은 성편향과 여성의 몸을 둘러싼 수치심, 오명, 침묵을 파헤치는 동시에 여성의 몸을 완전히 새롭고 총체적인 시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과학자들을 만난다.
주제는 새롭고, 내용은 흥미롭고, 서술은 매끄럽다. 여성의 몸에 대한 과학의 무책임함, 그리고 그 무책임에 대한 한 여성의 호기심이 서로 얽혀가며 통쾌한 에너지를 뿜는다. 그간 여성의 몸은 우주보다, 심해보다 깜깜했지만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여성의 몸에 덧씌워진 어떠한 신비로움도 거부한다. 여성의 몸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동시대의 과학이다. 2024년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의 몸과 정신에 추천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