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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당장 식당에서 QR 체크인을 할 수 없었고, 본인 인증이 안 되어 뱅킹 서비스도 쓸 수 없었다. 퇴근길엔 따릉이를 못 타서 한참 걸었다. 생각지 못했던 불편함이었다. 본인인증을 하지 못해 당황스러운 상황이 자꾸 발생해서 3일을 참지 못하고 바로 휴대폰을 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이들에겐 일상인 일이다. 존재하지만 서류상으론 세상에 없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본인을 인증할 방법이 없다. 통장 개설도, 휴대폰 개통, 병원 이용, 보험 가입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존재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되기 때문에 경찰차가 옆을 지나가면 눈치를 본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이들은 법적 보장 기간이 끝나고 성인이 되면 언어도 문화도 통하지 않는 부모의 나라, '본국'으로 강제 송환된다. 정해진 미래를 알기에 자라는 내내 그 불안감에 붙들려 산다.
혐오에 대해서는, 촘촘한 논리로 쌓아올린 웅장한 글보다 당사자의 인생 이야기 한 토막 듣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애초에 인간이 인간이라는 사실엔 논리가 개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은유 작가는 이번 책에서 미등록 이주아동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거두어서 잘 펼쳐 놓았다. 평소 난민 이슈에 큰 관심이 없었다면 새롭게 알게 되는 내용이 태반일 텐데,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쓰릴 것이다. 그러나 안타까운 감정보다는 이들이 삶에서 품어온 묵직한 질문에 더 집중했으면 한다. 책에 등장한 아이들도 모두 사정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상황에서 보는 제각각의 질문과 고민을 던진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인간이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은 모두 동일하다. 이에 대해 답하지 않고서는 인권 문제에서 단 한 걸음도 진보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