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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 이야기>를 읽은 독자라면 비비언 고닉의 '페르소나' 개념에 대한 이해가 있을 것이다. 그의 페르소나 개념은 쓸 때뿐 아니라 읽을 때도 주요하게 작동한다. 고닉의 쓰기와 읽기를 관통하는 이 관점에 흥미를 느낀다면, 그가 오랫동안 써온 비평 모음에서 또한 원했던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을 읽을 때, 그는 작품과 작가의 삶을 오가며 지금 이 이야기를 풀어내는 목소리가 어떤 모습인지를 살핀다. 고닉에겐 이것이 읽기의 기본이자 코어다. 그리고 자신의 비평적 글쓰기용 페르소나를 불러내어 일인칭 '개인 비평'을 써나간다. 허먼 멜빌, 메리 매카시, 제임스 설터, 시몬 드 보부아르, 에리히 프롬, 한나 아렌트 등의 작가들과 그들의 글을 들여다보며 발견해낸 것들에 그는 자신의 페르소나를 부딪혀서 고유한 읽기를 완성한다.
그렇기에 비비언 고닉의 비평에서는 계속해서 고닉을 발견하게 된다. 명징한 문장, 시니컬한 찬사와 서늘한 비판, 이 진한 예리함. 장르를 넘어서 고닉의 글엔 고유의 인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