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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은 중력장 방정식을 알아냈지만 해를 구하지 못했다. 생전엔 풀지 못하리라 확신했다. 1차 세계대전 참호에서 온 편지는 그래서 기적이었다. 해를 풀었다는 독일군 중위 슈바르츠실트의 편지였다. 그 해는 정확했지만 한 가지 기묘한 점이 있었다. 큰 질량이 아주 작은 면적에 집중될 때, 시공간이 무한히 휘어져 스스로를 감싸고 결국에는 시공간을 닫아버리는 특이한 해가 있었던 것이다. 이는 어떤 물체라도 이 바닥 없는 구덩이 같은 것과 만나면 우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음을 의미했다.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누구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주가 질서를 벗어나 그런 무의 심연에 도달할 리 없었다.
슈바르츠실트는 자기 논리의 오류를 찾고자 광적으로 연구에 몰두하지만 잘못된 부분을 찾지 못한다. 엄습하는 공포. 그것은 하나의 사실만을 가리킨다. "물질이 괴물을 낳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물리학도, 어떤 학문도 아무 의미가 없지 않은가. 혼돈 속에서 그는 이 개념을 인간에게 적용해본다. "수백만 명의 인간 의지가 하나의 정신 공간에 압축되어 하나의 목적에 동원되면 현실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 이내 그는 확신한다. 이미 조국 독일을 휩쓴 광기, 누구도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유럽 문명의 붕괴가 이 법칙에 의한 것임을. 그때 그의 내면에서 무언가 모조리 무너져내린다. 수십년 후, 학계는 슈바르츠실트의 발견을 공식 인정하며 이를 '블랙홀'이라 명명한다. 블랙홀을 처음 발견한 자가 스스로 파국을 맞은 이후에.
오늘의 세계가 있기까지. 이제 영원한 진리로 통하는 과학사의 위대한 개념들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이 있었다. 인간 정신을 극한으로 밀어붙여 만나는 지식의 절정. 신비에 싸인 세계가 마침내 실체를 보여줄 때, 환희는 찰나에 그치고 깊은 곳을 봐버린 자의 고독이 시작된다. 일상으로부터 탈출해 깊은 곳의 영토에 발을 들인 자들은 끝내 일상으로 돌아올 길을 잃고 만다. 이들은 탈출로 인해 자신의 전부가 부서져 버릴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알지 못했다. 과학과 인간 사이, 작가는 길이 끊어진 두 세계를 잇기 위해 문학의 시선을 도입한다. 불가해의 영역을 인식하려는, 오로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시도로서. 그렇게 아름답고도 쓸쓸한 이야기들이 남았다. 황량함 속에서 황홀한 빛을 발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