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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정서와 비정한 세계를 번갈아 보여주며 각광받았던 20세기 북유럽의 스릴러는 세기말 이후 하드코어한 설정을 거리낌없이 사용하는 강도 높은 범죄소설로 탈바꿈했다. 실제로 북유럽에서 그런 잔혹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런 강도 높은 작품들이 인기를 끄는 건 아마 그곳에서 데스메탈이 꾸준한 인기를 끄는 것과 비슷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는 조용한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강렬한 사건들을 원하는 것이다. 물론 안전하게, 책이나 음악 속에서만.
그러나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분위기는 다양한 독자들을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법이다. 다양한 독자들에게 어필하려면 세계적으로도 통용될 만한 보편적인 스토리텔링과 자극적이되 지나치지 않은 묘사, 마음 속에 어둠을 갖고는 있지만 침울함으로 빠져들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밖으로 발산할 줄 아는 반영웅 캐릭터 등이 필요하다. 북유럽에서는 요 네스뵈가 미국 스릴러(또는 대중문화)의 리듬감을 가져와 성공적으로 이식해내면서 북유럽 스릴러의 세계화를 시작했다.
사무엘 비외르크의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 역시 세계화의 물결을 탈 수 있는 요건을 가지고 있다. 이 소설은 생각보다 템포가 빠르고 두 주인공은 북유럽 스타일과 미국 스타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아름다운 유럽의 풍광 속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은 잔인한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묘사에는 어느정도 제한을 둔다. 범인을 찾아가는 추리 과정과 추격전이 벌어졌을 때의 액션 묘사도 적절한 균형을 이룬다. 그래서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는 가능한 많은 사람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스릴러가 되었다. 이 소설은 확실히 전략적으로 잘 구성돼 있으며, 영리하고, 그래서 재미있는 스릴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