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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 이 소설이 말하는 사랑의 주체는 사랑하는 자가 아니다. 그는 사랑에 '빠진', '들린' 자이다.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엇갈리고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순간들. 이승우는 '평범한 사람들의 사랑 경험을 현미경으로 들어다보고 보고서를' 쓰듯 이 이야기를 시작한다. 남자와 여자가 만난다. 이 간단한 문장이 서술하는 상황에도 그들 각자의 역사가 있고, 사랑하는 혹은 사랑할 수 없는 맥락이 있다. 이승우의 정련된 문장은 그 순간의 당혹스러움으로 돌아가 그 마음의 자리를 되짚는다.
르 클레지오가 한국 작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로 말하기도 했던 작가 이승우가 5년만에 발표한 장편소설. <생의 이면>, <지상의 노래> 같은 작품을 통해 존재, 신앙 등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그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본다. 현미경 같은 문장이 들여다보는 마음의 움직임, 여러 번 읽고 곱씹기 좋은 사랑에 관한 통찰들이 깊은 사유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