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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산책자
2017년 소설/시/희곡 분야 104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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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고] 산책자 - 로베르트 발저 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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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 속의 작은 축복"
    책의 이름이 <산책자>인 건 아마 작가의 삶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중학교를 중퇴하고 각종 직업을 전전하며 글을 써 명성을 얻었으나 끝내 아웃사이더로 남은 채 여기저기를 떠돌았던 사람. 결국 직접 정신병원에 찾아가 입원하고 곧 절필한 뒤, 생이 다할 때까지 매일 걸었던 사람. 크리스마스에 산책을 나갔다가 길에서 숨을 거둔 이 고독한 천재에게 부여할 영예로 '산책자'만큼 어울리는 단어는 없어 보인다.

    그가 남긴 짧은 소품들 역시 그의 삶에서 느껴지는 짙은 고독의 흔적들을 갖고 있다. 때로 웃음을 머금게 하고 때로는 동화 같은 전개가 이루어질 때도 있지만, 언제나 사건 또는 현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담담하게 서술하는 화자는 실제 세계 속으로 들어가 함께하기보다는 약간씩 미끄러져 스쳐가기를 택한다. 그는 모험가가 아니라 산책자이며, 산책에서 만나는 풍경(으로서의 세계)란 산책자에게 상념을 불러 일으키는 일종의 이미지 또는 판타지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발저의 세계는 환상소설적인 설정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꿈결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섬세하게 현실을 묘사하는 관찰자와 몽상 또는 명상에 잠겨 세계를 바라보는 산책자의 특성을 모두 갖춘 발저의 세계는 독자들을 '그때 그 곳'이면서 그 곳이 아닌 특이한 장소로 데려간다. 아무리 많은 일들이 일어나도 어딘가 고요한 세계. 말하자면 흔들리지 않는 중심 같은 게 있다. 이런 특이하고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장소를 찾는 이들이 많음을, 특히 책을 사랑하는 이들 중에는 무척 많다. 그 분들 모두 이 책에 머물러, 고독과 함께 평안하시기를 바란다.
    - 소설 MD 최원호 (2017.03.17)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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