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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은 저주일 수 있다." 강렬한 첫문장이 뉴욕의 한국계 미국인 여성 케이시의 삶을 관통한다. 이민 1세대로 세탁소를 운영하며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희생해온 부모는 프린스턴을 갓 졸업한 케이시에게 어서 변호사가 되고 한국계 남자와 결혼하여 자신들의 기를 세워주길 바란다. "법률, 경영, 의대라는 세속적인 삼위일체"가 유일신으로 치부되는 곳. 그 견고한 성공의 길을 이탈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하는 케이시에게 세상은 "돈 많은 백인처럼 굴고 있다."는 빈정거림만을 돌려준다.
이민자 여학생이 감히 자신의 진로를 '선택'하려는 것은 오만한 짓일까. 결국 '금융의 성전'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에 영업 보조로 취업한 케이시는 자기 의심 속에서 매 순간 고통받는다. 그가 마음속 소리를 좇을수록 부모와의 갈등은 격화되고, 백인인 연인과 친구들이 건네는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나가기 나름"이라는 위로의 말은 그저 공허하게 흩어진다. "좋은 의도와 분명한 대화로 모든 상처를 덮을 수 없는" 문화권에 속한 것이 한스럽지만, 그 모든 것을 은근히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자기결정권이라는 이상"과 미국식 낙관주의에도 넌더리가 난다.
무수한 상처를 딛고 미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케이시와 동생 티나, 그리고 케이시가 언제나 동경해온 친구 엘라.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동시대를 견뎌내는 세 여성을 중심으로, 각양각색으로 뉴욕에 뿌리내려 살고 있는 한국계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시대를 생생히 기록한다.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이민진 작가가 구상한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첫 번째 책이다. 작가는 현재 3부작의 두 번째 소설 <파친코>에 이은 마지막 작품, 한국인의 교육열과 세계의 한국 학원을 소재로 한 <아메리칸 학원>을 집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