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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표현은 아니지만, 심지어 국어사전에도 없는 단어지만, 명문대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말이다. 정확하게 어떤 대학을 넣을지에 대해서는 생각이 다르겠지만, 명문대가 갖는 사회문화적 의미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크다. 입시를 거치며 학생과 학부모 대부분이 명문대의 위력을 격하게 겪으면서도, 이를 꺾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듯 명문대는 아래로는 엘리트 집단을 움켜쥐고 위로는 사회 권력층으로 뻗으며, 실력으로 평가 받는 공정한 사회의 중추 역할을 맡는다(고 여겨진다).
그간에도 명문대 중심의 교육 정책과 이로 인해 고착화된 계급화 현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 책은 같은 분석을 전하지만 이야기의 시작은 다르다. 겉으로는 성공을 보장 받은 듯 보이지만,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 대다수가 두려움, 피로, 공허함과 목적 없음, 소극적이며 냉소적인 사고방식을 보인다는 평가다. 평생을 주어진 일과를 소화하며 오늘에 이르렀는데, 여전히 특권의식, 계층, 특권을 세습하려는 엘리트 이기심을 지켜야만 하니, 자연스레 앞서 말한 태도를 익히고 자신을 방어하게 된다는 말이다. 저자는 자기 자신, 자기 자식만은 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고이고 썩어 모두가 망하는 사회를 마주했다는 비판을 바탕으로, 오늘 우리 사회가 놓인 상황을 공화국에서 씨족 사회로 후퇴하는 분기점으로 해석한다. 오늘 대학이 무언가 할 수 있다면, 바로 이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일 테고, 내일 대학에 무언가 기대할 수 있다면, 귀족사회를 넘어 민주사회로 가는 시작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