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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핵전쟁, 조류독감 창궐 등 인류가 멸망할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오히려 이렇게 살아가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과거 인류는 종교에 기대어 다음 세계를 예견했다. 그런데 문명이 붕괴하고 나서 새로운 삶을 꾸리는 데에 가장 절실한 방법은 무엇일까? 영국 우주국 연구원 루이스 다트넬은 과학 기술이라 단언한다. 기초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법부터 전력과 운송 등 사회를 재건하는 수준까지, 인류가 쌓아 올린 지식을 쉽고 빠르게 학습하고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무것도 남지 않는 세계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어떤 식으로 사태가 벌어지든 무언가 남아있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남은 걸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재건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을 벌 수 있다. 또 다행히 꼭 지금 인류가 누리는 수준의 문명을 세울 필요도 없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필요가 있을 테니,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상황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면 충분하다. 이렇듯 이 책은 단순히 생존 기술만 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핵심을 이해하며 발전 과정을 복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지식, 과학, 문명의 방향을 점검할 수 있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혹시라도 벌어질지 모를 일을 준비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가능성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