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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나 민족주의라는 말을 들으면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아마도 소국민의 입장이 그럴 테다. 대국이 바라보는 민족에 대한 시선은 종종 폭력적이다. 일제에 맞서 싸운 우리 민족이 그랬고, 나치가 탄압했던 유대인이 그랬으며,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는 티베트가 그렇고, 더 크게는 서구가 보는 중동이 그러하다. 민족과 종족에 대한 혐오가 존재하는 것. 그 한편에 민족을 근대의 발명품으로 보는 이들이 있다. 그들에게 민족이란 느슨했던 공동체를 한데 결합시킨 사회적 통합과 정치적 동원 과정의 산물이다.
<문명과 전쟁>으로 널리 알려진 아자 가트는 이번 신작에서 민족에 대한 그러한 시선은 근대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프랑스혁명과 산업혁명 이후에 초점을 둔 근대주의자들의 연구로부터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야 비로소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한 깊은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 그에 따르면 종족은 언제나 정치적이었고 민족은 고대인들에게도 중요한 개념이었다. 민족주의는 대대로 우리 마음 속에 뿌리 깊게 자리해 왔는지도 모른다. "민족주의는 마음의 상태다." 인간 본성을 향한 아자 가트의 연구는 그래서 더욱 값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