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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에 도움도 안 되고 인기도 없는 중학교 영화 동아리에서 만난 네 친구가 있다. 하루종일 학원을 가고 문제집을 풀어야 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영화를 못 보는 것이 당연하고,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쉬지 않고 무언가를 중얼중얼 암기하는 학생이 '반듯하다'고 칭찬받는, 한국 중학생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하는 기형적인 일상. 마음껏 푸르러야 할 시기에 드리워진 각자의 그늘을, 네 친구는 서로를 버팀목 삼아 함께 통과한다. 치열하게 싸우고 바닥을 보이며 어긋나다가도 어느새 새어나간 진심에 서로를 보듬으며 단단해진 우정. 중학교 3학년을 앞두고 처음으로 함께 떠난 제주 여행에서 네 친구는 충동적인 약속을 하고 만다. 꼭 지키자는 염원과 함께 타임캡슐에 담아 땅에 묻은 약속. 공통된 희망이지만 저마다의 이유는 너무도 다르다. 소설은 서로에게 말하지 못했던 네 친구의 속사정을 시점을 교차하며 찬찬히 보여준다.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초록의 시간"을 지나는 소녀들을 그린다. 작가는 한창 그 시기를 통과하는 딸을 보며 또래 청소년들은 무슨 생각과 고민을 하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다 너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남들도 다 겪는 일이야"라는 말 아래 정작 자신의 생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아이들. "내 선택이 아닌데"라고 되뇌지만 의견을 말할 새 없이 "어른들의 절차"가 진행되어 삶이 이리저리 급선회한다. 지금 이 속도와 방향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나는 자라나고 있는 것일까, 하고 자문하는 네 친구의 이야기가 섬세하게 담겨 있다. "힘든 건 힘든 거라고, 그럴 수도 있는 거"라는 위로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