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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lling 말고 showing을 하라." "은유를 잘 활용하되 이미 닳고 닳은 표현은 금물이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그간 너무 많이 들었다. 줄줄 읊을 수 있을 정도다. 이 책의 차별화되는 지점은 '어떻게'에 '왜'를 붙여준다는 것이다. 근거는 뇌과학. 저자는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뇌의 작동 방식을 살피고, 이를 활용해 뇌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글쓰기 방법을 설명한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뇌는 글의 내용으로 구체적인 세계를 만들어내어 그것을 실제로 '본다'. 그래서 showing이 중요하다. 구석구석 치밀한 묘사는 독자가 머릿속에서 들여다볼 완성도 높은 세계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뇌는 추상적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물리적 속성이 있는 개념과 결부시켜야만 하는데 이를 위해 효과적 은유가 중요하다. 가령 사랑을 따뜻함이나 말랑말랑함과, 복잡한 관계를 거친 실타래와 연결하는 형태로 말이다. 별로 와닿지 않는다고? 그건 이것이 닳고 닳은 표현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표현일수록 뇌의 운동계가 적게 활성화되기에 효과가 없다. 새로운 표현으로 뇌가 실제 느끼는 감각을 최대한 자극하는 것이 매력적인 글쓰기의 비법이다(라며 은근슬쩍 넘어가 본다).
이 책이 바로 독자들의 뇌를 잘 요리하는 방식으로 쓰여서 그런 것인지, 설명은 명쾌하고 내용은 흥미롭다. 다 읽고 나니 글쓰기에 관한 어떤 앎을 얻은 것 같아 이제는 정말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 예감이 샘솟았지만 이 글을 쓰며 역시 글쓰기는 순간의 깨달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는다. 글쓰기 능력의 즉각적인 향상을 불러오진 못했지만 이 책이 해낸 일은 있다. 인간이 이야기를 인식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 세계는 곧 이야기다. 잘 쓰고 싶은 작가뿐 아니라 잘 읽고 싶은 독자, 세상을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모두 도움을 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