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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기 어렵거나 귀찮을 때 흔히 쓰는 반문이 있다. “그거 배워서 어디에 쓰죠?” 쓸모가 적을 테니 배우지 않아도 사는 데 지장이 없고, 그렇다면 굳이 애써서 배울 필요가 있겠느냐는 완벽한 논리다.(물론 나도 애용한다.) 과학과 수학은 이 논리의 주요 적용 대상으로 그간 적지 않은 외면을 받아왔다. 이 책은 저 완벽해 보이는 논리를 타파하는 시도로, ‘물화생지’로 통용되는 기존 과학 지식 구분이 아닌, 생활에 딱 붙어 도저히 삶과 떼어낼 수 없는 ‘생활밀착형 과학’을 제시한다.
서울시립과학관 관장 이정모는 자신도 과학이 어렵다는 고백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물론 겸손의 표현이겠으나, 점차 세분화되어 같은 물리학자끼리도 세부 영역에 들어가면 소통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진실한 고백으로 이해할 법하다. 그래서 과학 지식을 쌓는 일 못지 않게 과학적 태도를 갖는 게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는데, 과학적 태도란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이니, 이를 마다할 사람이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쓸모에 대한 또 하나의 반론은 이렇다. 그게 쓸모 있는지 없는지 지금 기준으로는 판단할 수 없는 노릇이니, 당장의 쓸모를 떠나 이것저것 궁금한 것,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자는 것 역시 과학적 태도라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에 쓰이는 전자기파가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보였듯이 말이다. 그러니 실패해도 좋고 엇나가도 좋다. 이 책이 과학적 태도로 쏘아올린 숱한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과학자도 왜 과학이 어려운지, 과학자가 아니어도 어떻게 과학이 가능한지 확인할 수 있고, 꼭 과학자가 아니어도 과학적 태도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진진한 일인지 공감할 수 있다. 모쪼록 과학적으로 살아보는 한 해가 되길 바라고 바란다.(물론 내 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