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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브르 곤충기>의 집필로 유명한 장 앙리 파브르가 그 3년 전인 1876년에 <파브르 식물기>를 발표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파브르가 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극한 관심으로 식물을 깊이 관찰하고 연구했다는 사실도. 찰스 다윈이 “견줄 데 없는 최고의 관찰자”라고 찬사를 보낸 파브르의 시선은 식물과 동물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이치로 향한다. 그에게 인간의 속도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식물의 세상은 생명의 조화를 담은 작은 우주와 같았다. 사려 깊은 시선과 유려한 문장으로 자연이라는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식물과 곤충, 동물이 맺는 관계로부터 시작해 조금씩 깊은 곳으로 향하는 파브르의 글은 단순한 과학적 지식의 나열이나 인위적인 분류법과는 달리 마치 식물의 삶 속에 들어가 함께 시간이라도 보낸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파브르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국내 최초 완역본 <파브르 식물기>가 알라딘 북펀드를 통한 수많은 독자분들의 뜨거운 성원 속에서 드디어 출간되었다. 초판 속의 본문 일러스트를 그대로 살렸고, 식물학을 전공한 조은영 번역가가 현대의 과학적 사실과 다른 서술에 꼼꼼히 주석을 다는 등 한층 정확하게 원고를 보완했다. 표지 일러스트를 그린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이 "내가 읽은 가장 모범적인 식물기이자 파브르가 지구 환경 위기 시대의 인류에게 보내는 한 권의 조언"이라 추천했으며, 역자 조은영이 "많은 고전이 그러하듯 파브르의 책도 우리에게 "그래, 원조란 이런 것이지!"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작업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현대 생물학 도서를 읽고 옮기면서 감탄했던 내용과 표현을 이 오래된 책의 문장에서 수없이 발견하는 실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 (...) 유행하는 최신 장르영화의 1960년대 원조 작품을 보았을 때 기분이랄까."라고 번역 후기를 전했다.